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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에도 고성오광대놀이와 사물놀이 연습을 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 나가고 있는 철성중학교4-H회원들.> |
경남 고성 철성중학교4-H회
“벌써 20년째 아이들과 함께 고성오광대와 사물놀이를 배워오고 있습니다.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버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만남의 장이 되고 있어 뿌듯할 뿐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인 고성오광대놀이를 전승해오고 있는 고성 철성중학교4-H회(교장 김학규, 회장 이도길, 지도교사 정종빈)는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 전통 있는 학교4-H회다. 1989년 정종빈 지도교사가 부임하면서 생긴 4-H회는 우리 것을 지키고, 전통예술과 예절을 배우며 4-H이념을 몸에 익혀가고 있었다.
봉사활동과 전통문화 계승에 힘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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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사람만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사와 회원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철성중4-H회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
60명으로 조직된 철성중4-H회는 두 가지 활동을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지역 내 치매 노인,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이다. 이분들이 계신 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정신요양원을 방문해 청소해드리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드리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아 가고 있다.
두 번째 활동은 바로 고성오광대놀이전승과 사물놀이이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에도 한창 연습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7교시, 토요일, 일요일에 1시간씩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과 같이 방학이 되면 고성오광대 보존회에 가서 1주일동안 전문가들에게 훈련받고 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을 고성오광대놀이를 배우는 것에 쏟고 있었다.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이며, 손동작의 추임새 하나하나가 그간의 노력을 말해주는 듯 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친구들과 만나 PC방만 다녔었어요. 그런데 4-H활동을 하면서 PC방에 가는 것 보다는 여기서 친구들과 탈춤을 추고 꽹과리를 두드리는 것이 더 재밌습니다.” 철성중4-H회장을 맡고 있는 이도길 회원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우리 전통문화를 익히는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상을 입으면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추워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공연을 하고 나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은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해줘서 참 좋아요.” 이 회장은 선후배 관계가 돈독해 다투거나 싸운 적도 없다고 자랑하면서, 악기만 들면 모든 회원이 재밌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한다.
4-H활동으로 회원들 변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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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4-H중앙경진대회에서 고성오광대놀이를 공연해 당당히 3위에 올랐다.> |
“사비를 들여 4-H회를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지만,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정 지도교사는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던 회원들이 4-H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됐고, 회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특별히 PC방 문화에 길들여져 있던 회원들의 조급함과 타인을 배려하지 않던 마음을 대화를 통해 풀어가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가운데 지도교사와 회원 간에 신뢰가 쌓여가면서 4-H활동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 회원은 짙은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기도 했고, 귀걸이를 한 회원들도 있었다.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가는’ 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자기중심적으로 말하고 행동했었지만, 지금은 인사하는 것부터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고 정 지도교사는 귀띔해준다.
철성중4-H회의 활동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그 영역이 상당히 넓다. 1989년 창단된 후 경남 양산 무의탁노인 위문공연, 공룡나라 축제, 일본 NHK방송 출연, KBS와 MBC, 일본 후쿠오카현 초청공연 등 대내외적인 활동을 하며 우리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한 해 2~3개의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년 제42회 중앙경진대회 민속경진부분 장려상을 비롯해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 금상, 전국청소년탈춤경연대회 금상, 대한민국청소년동아리대회 전통문화2부문 우수상 등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했다.
올해 철성중4-H회는 농업기술센터, 한국4-H본부와 잘 연계해 도농교류활동, 회의진행 등 4-H인으로써 익혀야 할 것들에 대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한 올해 창단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도 준비할 것이다.
밀려오는 서양문화와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기 쉬운 현대 문화 속에서, 잊혀져가는 전통을 계승하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행’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싶다는 정 지도교사. 20년이라는 ‘동행’의 역사를 만들어온 철성중4-H회가 새롭게 써나갈 ‘동행’의 여정을 기대해본다.
〈오상록기자〉evergreen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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