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5 격주간 제670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20년 만에 서식 확인 ‘청정하천’

서울 성내천 재첩

남한산성 청량산에서 발원한 성내천은 성의 안쪽으로 흐르는 개천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송파구는 2002년부터 90여 억원을 들여 건천(乾川)화됐던 성내천 살리기 조성사업을 펼쳤다. 하천변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5.1㎞ 구간에 대형 송수관을 부설, 하루 2만 여톤의 한강 물과 지하수가 흐르도록 복원공사를 벌인 결과 맑은 물이 흐르고 새와 곤충이 찾아드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됐다.

한강의 지류인 서울 송파구 성내천 상류에 재첩이 발견됐다. 섬진강 하구 등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민물조개 재첩이 서울에서 확인된 것은 1987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청정하천’임을 입증하는 경사다.

13차례 걸쳐 검증

송파구청은 왜 한겨울에 재첩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발표했을까? 구청의 보도자료를 받고서야 수긍이 갔다. 송파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송파환경21 시민 실천단 회원들과 함께 성내천과 탄천 주변 생태계를 조사한 뒤 검증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번 모니터링에는 한강유역 환경청 소속 생태전문 강사 8명과 주민 32명이 참여하여 13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왔다.
오금동 성내5교 부근 성내천에서 발견된 재첩은 2~3㎝ 크기로 부화한 지 2~3년쯤 된 성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첩과(科)의 참다슬기, 좀주름다슬기 같은 다슬기류 4종도 함께 찾았다. 성내천 곳곳에선 맑은 물에서만 사는 잉어과 민물고기인 갈겨니와 민물새우 등 20여 종의 수서생물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재첩은 1987년 한강 일부 지점에서 조사된 뒤 자취를 감췄다”면서 “20년 만에 서식이 확인된 것은 성내천의 생태하천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멸종 위기에 처했던 재첩이 한강 수질이 맑아지면서 다시 살아났고, 한강 물을 성내천에 방류하는 과정에서 살아난 재첩이 따라 들어와 상류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첩은 지난 1999년 한강관리사업소 조사에서도 밤섬 주변에 서식중인 사실이 확인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민간단체들이 한강에서 방생 행사를 꾸준히 벌여 개체수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파구는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한강 물이 유입될 때 작은 유생들이 함께 유입돼 서식하게 된 것 같다”면서 “성내천의 수질 지표종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라고 덧붙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습지대가 길게 이어진 탄천에선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백할미새, 민물가마우지 등 겨울철새 20여 종이 살고 있다. 희귀종인 맹꽁이와 두꺼비의 집단 산란 장소와 함께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같은 113종의 식물도 관찰됐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 자연형으로 조성된 하천둔치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설치하여 도심에서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생태공간으로 거듭났다. 성내천, 탄천에 이어 장지천 복원도 추진하고 있다.

생태환경지도 만들 계획

송파구는 계절별로 성내천과 탄천의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생태환경지도를 만들어 환경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 도심 하천에서 재첩의 서식을 확인한 것은 ‘청정하천’의 청신호다. 성내천의 자연치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조성 보다 자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성내천네서 발견된 재첩과 민물새우.> <송파환경21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성내5교 부근 성내천에서 재첩을 채집하고 있다.<송파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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