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5 격주간 제670호>
< Cinema&Video > 헤어스프레이

■ 보수주의 가치를 조롱하는 즐거움 ■

‘헤어스프레이’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즐거운 청춘 뮤지컬 영화다. 1960년대의 10대,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었을 이들도 그때는 헤어스프레이로 잔뜩 머리를 치장한 10대로 인종차별, 외모지상주의가 극에 달했던 시대를 비웃는 청춘들이었다.
1962년 볼티모어에서는 기성세대의 억압에 맞선 변화의 기운이 태동한다. 뚱뚱한 몸 때문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엄마 에드나(존 트라볼타)와 작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며 소박하게 사는 아빠 윌버(크리스토퍼 월킨) 사이에 태어난 뚱뚱한 몸매의 여고생, 트레이시가 주인공이다. 뚱뚱한 몸매에도 댄스에 일가견이 있는 트레이시는 ‘코니 콜린스 쇼’에 열광하며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왕년의 미스 볼티모어이자 쇼를 좌지우지하는 방송국장 벨마(미셸 파이퍼)에게 보기 좋게 면박 당한다. 그러다 흑인 친구 시위드(엘리아 켈리)를 만나게 되고 쇼의 인기스타 링크(잭 에프론)의 도움으로 새 멤버로 낙점되고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스타로 급부상한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흑인들의 춤과 노래에 매혹되어 흑인이 주최하는 파티에 발을 들인다. 결국 쇼에서 쫓겨나게 되지만, 흑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쇼에 복귀하게 되고, 백인과 흑인이 함께 하는 쇼를 만들게 된다.
이 영화는 1988년 존 워터스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특히 2002년 영화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탈바꿈하여 그 해 최고의 뮤지컬이 되었다. 20년이 지난 2008년 다시 리메이크된 영화가 바로 지금의 영화이다. 이 리메이크 판의 미덕은 흥겨운 노래, 춤과 노래를 신나게 소화하는 배우들, 원작에서 전수 받은 유머감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 ‘토요일 밤의 열기’로 1970년대 노래와 춤으로 대스타가 되었던 존 트라볼타의 여장 연기다. 뚱뚱한 몸집에 애교 넘치는 ‘에드나’로 파격 변신한 존 트라볼타의 연기는 영화 내내 웃음을 준다. 이에 반하는 인물은 바로 미셜 파이퍼가 연기한 ‘벨마’다. 백인 우월주의, 외모지상주의, 성공제일 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인 ‘벨마’를 통해 미국의 60년대의 보수주의 가치관을 조롱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을 표현하지는 못하고 권선징악의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들의 유쾌함과 뚱뚱한 트레이시의 거침없는 음악과 춤은 영화 내내 즐거움을 유지시켜준다. 밝고 착하고 유쾌한 10대들의 영화 ‘헤어스프레이’, 머리가 복잡하고 우울하다면 이 영화를 선택해도 좋을 듯싶다. 영화 내내 즐거운 음악과 재밌는 춤은 끊이지 않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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