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5 격주간 제670호>
<이야기 한자성어> 亡羊補牢 (망양보뢰)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 나라에 장신이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는데 하루는 초양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래 대왕께서 궁 안에서는 좌편에 주후를, 우편에 하후를 데리고 계시고, 궁 밖에 나가실 때에는 언릉군과 수근군이 대왕을 모시는데 이 네 사람은 음탕하고 방종하여 절도 없이 재정을 낭비하므로, 국가 대소사를 막론하고 이렇게 오래 나아가다가는 어느 날이고 우리 영성은 보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양왕은 장신의 말을 듣고는 버럭 화를 내며 꾸짖었다.
“그대는 망령이라도 들었나 보군. 그대는 그런 엉뚱한 말로 이 나라 백성의 민심을 혼란시킬 수작이 아닌가?”
“대왕께 아뢰옵니다.” 장신은 조금도 황망함이 없이 대답을 했다.
“신은 현재의 이 실정을 목격하고는 그 중대함을 느끼고 더 이상 함구불언(緘口不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면 초나라가 어이 오늘과 같은 이 지경에 이르렀으며, 신이 어찌 민심을 소란케 하겠습니까?
초양왕이 이 말을 듣고 무어라고 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신색으로 보아 장신의 충간(忠諫)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음을 여실히 알 수가 있었다.
“대왕께서 기왕 신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신이 잠시 조(趙) 나라로 피하여 시국이 돌아가는 형편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리하여 장신은 조나라로 건너갔으나 초양왕은 여전히 사치하고 음란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런지 5개월이 지난 뒤 진 나라가 과연 초나라를 침공하여 양왕은 성양으로 망명을 하게 됐다. 이때서야 비로소 초양왕은 장신의 말을 깨닫고는 즉각 사람을 보내어 장신을 불러 오게 했다. 장신은 대왕의 부름을 받고 초나라로 돌아오니 양왕은 친절히 그를 맞이하고는,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련만, 지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겠으나 그래도 이제 과인이 어찌해야 좋을지 알려줄 수 없겠소?”
“신이 일찍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머리를 돌이켜 사냥개를 시켜도 늦지를 않은 것이고, 양이 달아난 뒤 다시 우리를 고쳐도 늦질 않다고요.”
여기서 망양보뢰는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뜻보다는 긍정적인 뜻이 강하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원래의 뜻과 달리,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이미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전자보다는 후자의 뜻으로 쓰인다. 망우보뢰(亡牛補牢: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망양지탄(亡羊之歎)도 같은 뜻이다. 〈달아날 망(亡) / 양 양(羊) / 기울 보(補) / 우리 뢰(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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