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5 격주간 제668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도심에 둥지 튼 겨울철새 사랑방

안양천 철새

안양천은 삼성산(三聖山)에서 발원하는 하천과, 백운산(白雲山)에서 흘러나온 학의천(鶴儀川), 군포시를 흐르는 산본천(山本川) 등의 지류가 안양시 석수동에서 합류하여 북쪽으로 흐르는 길이 34.8㎞의 샛강이다.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를 거쳐 성산대교 서쪽에서 한강으로 흘러든다. 조선시대에는 대천(大川) 또는 기탄(岐灘)이라고 불렀다.

수도권의 도심을 관통하는 안양천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오염’의 상징이었다. 공장폐수와 생활하수,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악취가 풍기는 ‘죽음의 하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양천이 겨울 철새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을 정도로 맑아졌다. 상류는 물론 지하철 1호선 구일역 인근 안양천에도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등이 무리를 지어 물위를 떠돈다. 논병아리들도 물살을 가르며 종종걸음 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안양천의 변화를 실감한다.

‘죽음의 하천’ 불명예 있던 곳

안양천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하수와 빗물을 따로 흘려보내는 하수관로 사업이 끝난 뒤부터다. 하수를 따로 끌어다 처리장에서 정화시켜 내보내고, 강에는 빗물만 흘러들게 만들었다. 또한 구로공단 등 공장지대가 사라지고, 안양시, 의왕시의 하수정화처리시설도 큰 몫을 했다.
특히 안양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마인드로 1999년 ‘안양천살리기 기획단’을 구성하여 정화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2002년 학운교~내비산교 사이 530m 구간의 자연형 하천 시범사업을 펼쳤고, 의왕시계~안양천 합류부 3.97㎞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지하철에서 나오는 물과 백운 저수지 물을 안양천으로 끌어들여 연중 물이 흐르도록 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았다. 환경단체와 안양천 유역 기업들과 지자체가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힘을 보탰고, 시민들의 자원봉사도 뒷받침 됐다.
안양천 유역 지자체들은 하수정화와 함께 하천변에 나무와 꽃을 심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자전거도로는 물론 갖가지 체력단련 기구와 화장실, 음수대 등 편의시설을 갖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안양천과 학의천 생태복원사업은 하천복원의 성공사례로 떠오르며 벤치마킹 발길이 이어질 정도다.
인간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안양천은 놀라운 복원력으로 생태계를 되살려 놓았다. 안양시가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년 동안 안양천 본류(11.8㎞)를 비롯 6개 지천에 대한 안양천생태모니터링결과 식물과 조류의 개체수가 늘어났고 수질도 좋아졌다.
토속종과 귀화종 등 식물 540종,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등 조류 94종, 메뚜기, 왕잠자리 등 곤충 258종, 개구리, 도룡농 등 양성·파충류 13종, 다람쥐, 족제비 등 포유류 5종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입증해준다.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입증

안양천을 품은 양천·구로·영등포구는 생태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겨울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로구는 구일역 인근 천변에 탐조대를 설치하여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영등포구는 문래동의 안양천 생태운영센터에서, 양천구는 칼산 어린이교통공원에서 각각 실내 강의를 한 뒤 철새 관찰에 나선다. 현장에 가봐야 생태의 변화를 생생하게 확인 할 수 있다.  〈이규섭/칼럼니스트〉

 

안양천 변 갈대숲은 철새들의 쉼터 구실을 톡톡히 한다. 구로구 구일역 교각 부근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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