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의 고통
사람은 모두 본능적으로 살아남길 원한다. 지구가 멸망해도 혼자라도 살아남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그 혼자 남은 사람의 고통을 보여준다.
인류가 멸망하고 3년이 지난 2012년,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 잔해들로 가득하다. 거리에는 버려진 차들과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건물들 뿐, 북적이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거리로 차한대가 질주하며 뛰어다니는 사슴을 사냥한다. 바로 유일한 생존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다. 그의 일상은 낮에는 사냥과 밤에는 좀비로 변해버린 인류를 다시 구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모든 AM주파수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다. 그가 그렇게 3년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옆에서 항상 함께 하는 샘이라는 개 때문이었다. 그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사람이 그리운 네빌은 마네킹들을 세워놓고 이야기를 하고 하루 종일 인류의 유산인 영화와 음악을 벗 삼아 살지만 삶은 지루하고 무가치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좀비의 공격을 받게 되고 친구 같은 샘이 죽게 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감에 쌓여버린 네빌은 결국 샘을 죽게 했던 좀비 무리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패배가 너무나 뻔한 싸움을 건다. 바로 밤을 지배하는 좀비들의 세상에 나간 것이다. 결국 누군가 옆에 없는 삶보다는 죽음 택하게 된다. 그런데 좀비에게 죽음을 당하게 되는 순간 다른 인간이 나타나 네빌을 구해준다. 그렇게 원했던 인간, 안나와 에단이 앞에 나타났지만 3년 동안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만남은 어색할 뿐이다. 그 사이 좀비들은 네빌의 본거지를 알게 되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당해낼 수 없는 네빌은 안나와 에단에게 자신이 연구한 좀비들을 다시 인간으로 바꿀 수 있는 항체를 전해주며 죽음을 택한다.
‘나는 전설이다’는 블록버스터의 화려함 보다는 혼자 남은 사람의 고통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누군가 듣고 있다면 응답하라.” 네빌은 샘에게 하는 혼잣말을 제외하고 간절하게 인간을 그리워하며 계속해서 AM주파수에 던지는 말이다. 그리고 마네킹에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반하고 아무도 없는 상점에서 주인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네빌의 삶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밤에 달려드는 좀비보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주는 공포를 영화는 잘 묘사하고 있다. 제목이 영웅의 삶을 표현할 것 같지만, ‘캐스터 어웨이’처럼 인간이란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가를 보여준다. 결국 영화가 끝날 무렵,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한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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