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고니
구강포란 탐진강 등 아홉 골의 물길이 합쳐진다 해서 붙인 강진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제방이 조성되고, 개펄 흙이 쌓이면서 바다가 높아져 배를 댈 수 없지만, 예전엔 고기잡이배들이 몰려들던 제법 큰 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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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가 우리나라 최대 도래지인 강진만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 강진군청 제공) |
전라남도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로 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다산초당, 백련사와 무위사, 고려청자도요지, 영랑생가 등을 둘러보기에도 하루 일정이 짧다. 겨울 강진 나들이의 백미는 시베리아에서 찾아 온 겨울 진객 백조가 구강포구를 무대로 펼치는 우아하고 황홀한 ‘백조의 춤’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에서 2번 국도를 타고 1시간쯤 달리면 ‘청자고을’ 강진이다. 군청에서 승용차로 10여분쯤 가면 우리나라 고니(백조)의 최대 도래지인 남포마을 앞 제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강포는 둑이 높은데다 큰고니 서식지가 가까워 쌍안경 없이도 탐조가 가능한 지점이다.
구강포란 탐진강 등 아홉 골의 물길이 합쳐진다 해서 붙인 강진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제방이 조성되고, 개펄 흙이 쌓이면서 바다가 높아져 배를 댈 수 없지만, 예전엔 고기잡이배들이 몰려들던 제법 큰 포구였다.
물이 빠지면 개펄은 물골을 이루고 누런 갈대숲이 바람에 일렁이며 음악을 연주한다. 제방 안쪽의 파란 보리밭과 어울려 대자연의 무대가 설치된다. 7~8마리씩 무리를 이룬 큰고니 가족들이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큰 날개를 접으며 백조들이 내려앉는다. 춤사위를 펼치기 전 긴 목을 활처럼 구부려 자맥질을 하며 개펄의 게나 조개류, 수초들의 뿌리 등 먹이를 뒤진다. 암수가 커다란 날개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밀어를 나누기도 한다.
드디어 백조들이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비상을 펼친다. 덩치가 큰 백조(큰고니)는 한 번에 날아오르지 못하고 노란색 부리와 긴 목을 앞으로 쭉 빼들고 비행기가 이륙하듯 물길을 박차고 공중으로 치솟는다.
남포마을 동쪽 제방 부근 습지는 고니를 비롯하여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재두루미, 기러기, 물오리 등 60여종의 겨울철새들이 찾아드는 보금자리다. 인근의 송산마을 주민들은 야행성인 큰고니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정도로 몰려든다. 다도해 청정해역인 강진만은 ‘U’자 형의 말발굽 모양으로 개펄이 잘 발달되고 각종 어패류의 서식처로 철새들의 먹이감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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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양이정'에서 일몰을 보며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 좋다.> |
고니는 여러 곳에 나뉘어 모여 있다가 물때에 따라 자주 자리를 옮긴다. 남포마을 앞 개펄이나, 도암면 만덕리 신평마을 철새관측소에서 남포마을에 이르는 3.5㎞ 가량의 비포장 제방 길에서는 어느 지점이든 고니를 만날 수 있다.
강진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고바우상록공원의 팔각정 ‘양이정’이다. 일몰을 감상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거나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해 2300㎞ 먼 거리를 오가는 고니의 이동경로를 생각해 보아도 좋다.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는 러시아 북부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오는 철새로 온몸이 흰색이어서 백조로 불린다. 큰고니는 몸길이 140㎝ 안팎에 날개를 편 길이가 2m를 넘는 철새로 군계일학이다.
고니는 해마다 11월 강진만을 찾아와 3월까지 겨울을 난다.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빠른 10월 중순부터 날아와 개체수가 늘었다고 한다. 봄이 오면 다시 고향을 찾은 고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밀 것이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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