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1 격주간 제665호>
<4-H지도교사 이야기> 4-H활동으로 자연과 하나 된 아이들

<김 병 국>

“지금 가지고 있는 MP3는 모두 끄도록 하자, 그리고 눈을 감아보자.” 주남저수지 생태탐사활동을 처음 나선 4-H회원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자 아이들은 허둥지둥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과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주머니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가 나는지 들어봐.” 아이들의 입에서는 “새소리가 들려요. 바람소리, 개구리 소리가 들려요.” MP3, 휴대폰, pc 등의 디지털음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낯선(?) 아날로그 자연의 소리가 다들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아이들은 컴퓨터 문화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또래집단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혼자 놀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인내심을 잃었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오면 참지 못한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생태계라는 화두를 던져 보았다. “생태계가 뭐라고 생각하지?” 아이들은 “자연이요, 인간과 떨어진 어떤 세계?” 생태계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생물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고 한다. 생물과 환경이 서로 간섭을 줘야 다양성을 띠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또래집단에서도 그러한 간섭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남에게 간섭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고 자신만의 울타리를 높이 쌓아 올려 남들이 들여다보지도 못하게 한다.
주남저수지에서 생태탐사활동을 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이제 아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근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 멘토활동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주말이면 제법 전망대 앞에서 탐방객들에게 철새의 종명(species name)과 설명을 곁들이는 가이드(eco-guide)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2007대한민국과학축전에 참가하여 새집 짓기, 새 모이집 만들기 부스를 개설했으며, 창원에서 개최될 2008년 람사르총회를 대비한 제1회 주남저수지 철새축제에 참가하여 학교로는 유일하게 학교4-H의 이름으로 식물관찰부스를 개설, 창원시장뿐 아니라 람사르사무총장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큰 행사에는 사진, 방송기자들이 따라 다니는 법. 우연히 방송리포터가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포터는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 활동이 어떤 점이 좋은지 질문하였다. 나는 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 “처음엔 과연 재미있을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계속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또 다른 아이는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 다른 사람에게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활동을 계속하다보니 성격이 많이 바뀌었고 더 활발해진 것 같아 좋아요.”
어제 선생님들과 식사도중 한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 “김 선생님, 요즘은 밤에 별이 안 보여요! 별이 없는 시기인가요? 달은 보이던데.”, “에이. 잘못 보셨겠죠. 달이 보인다면 맑은 날인데 별이 안 보일 리가 있나요? 아. 혹시 근처에 조명장치 같은 걸 켜 두셨나요?”, “예 밤에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친 후 문득 하늘을 봤는데 별이 없잖아요.” 하늘에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만든 작은 조명장치가 우리의 눈을 가려 별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3년 전 주남저수지 전망대 앞에 4-H회원들과 함께 올라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렸던 기계음을 끄게 한 후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자연의 소리를 듣던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이들이 곧 이 지역의 관리자가 되고, 지킴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교육자로서, 4-H지도교사로서 가슴이 따뜻해온다.
 〈경남 창원시 대산고등학교4-H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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