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1 격주간 제665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생명의 강에서 펼치는 화려한 군무

금강호 가창오리

국내 3대 철새도래지로 손꼽히는 금강호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하여 큰고니,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중인 50여종의 철새 70여만 마리가 10월 중순부터 날아들었다. 올해는 가창오리의 개체수도 늘었고 찾아오는 시기도 예년 보다 빨라졌다.

<가창오리들의 화려한 군무는 황홀하다.(군산시청 제공)>
전라북도 장수(長水)군 신무산(해발895m) 중턱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錦江)은 ‘비단 강’이란 이름처럼 곳곳에 비경을 빚어놓았다. 천리 길(395.9㎞)을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금강 물줄기는 무주구천동과 영동의 양산팔경을 휘돌아 청주에서 대청호를 만들고, 대전을 거쳐 백제의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흘러든다. 종착지인 군산 금강하구둑 상류에서 금강호를 빚어 숨고르기를 한 뒤 서해로 흘러들어 긴 여정을 마친다.
국내 3대 철새도래지로 손꼽히는 금강호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하여 큰고니,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중인 50여종의 철새 70여만 마리가 10월 중순부터 날아들었다. 올해는 가창오리의 개체수도 늘었고 찾아오는 시기도 예년 보다 빨라졌다.
금강호는 강폭이 넓고 하구둑 아래 갯벌이 발달해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인근 나포십자들녘은 철새를 위해 논에 물을 가두고 벼를 수확하지 않아 먹이가 풍부하다. 군산시는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의 일환으로 농가의 참여와 시의 지원을 통해 보리경작과 논에 볏짚을 깔아 쉼터를 만들어 준다. 눈치 빠른 철새들은 먹이를 찾아 이 곳에서 겨울을 난다.
철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쉼터를 만들어 준 군산시는 해마다 철새축제를 열어 생태관광과 연계한다. 올해는 ‘군산세계철새축제’라는 이름으로 지난 11월21일부터 닷새 동안 축제를 펼쳤다. ‘자유와 꿈을 향한 비상’이라는 주제로 철새 만남의 장, 철새 체험의 장, 철새 이해의 장 등으로 구성하여 100만명의 관광객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금강철새조망대.>

가창오리를 86배 확대한 모형 등 갖가지 철새 조형물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고, 조류 생태공원, 곤충관, 군산역사관 등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또한 철새조망대~나포십자들녘~조류관찰소~금강하구를 돌아보는 겨울철새 탐조여행과 철새조망대~비응도 관광어항~야미도를 둘러보는 새만금 관광투어도 동시에 펼쳐 철새와 인간의 만남이 이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인 금강철새조망대는 지하 1층 지상 11층(높이 56m)으로 평소에도 탐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올 가을 개관한 철새부화체험관에서는 철새와 텃새, 가금류 등 60여종을 부화하고 사육하는 생생한 체험의 장으로 각광받는다.
특히 해질 무렵 가창오리들의 화려한 군무는 황홀하고, 새들의 날개 짓과 합창은 초겨울을 수놓는 심포니로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가창오리는 천적으로부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밤에만 활동한다. 낮에는 호수와 습지에서 쉬다가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 무렵이면 날개 짓을 시작한다. 처음엔 작은 무리들이 하늘을 맴돌기 시작하면 무더기로 몰려들어 군무를 펼친다. 가창오리 떼의 군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시베리아 레나강 유역에서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가창오리의 비행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4월에서 7월 사이 알을 낳고 품는 기간은 26일 정도. 새끼들에게 비행훈련을 시켜 10월 중순부터 금강호를 찾아와 겨울을 난 뒤 2월이면 다시 시베리아로 이동한다. 가창오리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되어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생명을 품고 흐르는 강물이 깨끗하고 습지와 들녘에 먹이가 풍부하면 철새들은 낙원으로 여기고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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