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5 격주간 제664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자연의 힘 보여준 ‘생명의 땅’

난지도 하늘공원

현재 난지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참매, 소쩍새, 솔부엉이를 비롯하여 90여종의 새와 맹꽁이 등 양서류, 400여종의 식물, 38종의 나비가 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동식물의 기본 생존 조건인 먹이사슬이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400여종의 식물 가운데 30%인 120여종은 서양쑥부쟁이, 서양민들레, 개망초 등 쓰레기를 통해 반입된 귀화식물이다.

하늘공원은 억새평원이다. 자생력이 강한 억새가 초겨울 하늘을 입고 은빛으로 빛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선 난지도(蘭芝島)는 이름 그대로 난초와 지초가 자라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포플러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유원지로 학생들의 소풍과 아베크족들의 데이트 코스였다. 마포 망원정 근처에서 한강과 갈라져 흐르는 난지 샛강은 행주산성부근에서 다시 한강과 합쳐지면서 330만㎡(100여만평)의 모래섬을 만들었고 수수와 땅콩 재배지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1978년부터 15년 동안 서울시민들의 생활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이 쌓여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두 개의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그 뒤 7년간에 걸친 안정화와 공원화사업결과 2002년 5월 두 개의 쓰레기 산은 환경생태공원인 하늘공원과 골프장이 들어선 노을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평화공원과 연결된 하늘공원 사이에 연결된 오버브리지를 지나 지그재그로 꾸며 놓은 291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니 억새군락이 흰 머리칼을 소슬바람에 나부끼는 191만㎡(5만8000평)의 평원이 펼쳐진다. 곳곳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 발 아래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북한산과 남산, 행주산성과 63빌딩을 조망할 수 있어 운치 또한 빼어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민들은 쓰레기더미로 이뤄진 산에 나무와 꽃과 동물이 살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난지도는 자연의 힘이 위대함을 입증이라도 하듯 빠른 생태회복으로 의구심을 씻어주었다.
현재 난지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 참매, 소쩍새, 솔부엉이를 비롯하여 90여종의 새와 맹꽁이 등 양서류, 400여종의 식물, 38종의 나비가 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동식물의 기본 생존 조건인 먹이사슬이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400여종의 식물 가운데 30%인 120여종은 서양쑥부쟁이, 서양민들레, 개망초 등 쓰레기를 통해 반입된 귀화식물이다. 등심붓꽃, 방울새풀 등 남쪽나라에서 온 귀화식물도 터를 잡았다.
하늘공원에 오르는 291개의 지그재그 나무계단도 운치가 있다.
새들을 위해 심어 놓은 참나무, 팥배나무, 찔레꽃 숲에는 되새, 파랑새가 찾아든다. 여름철이면 맹꽁이와 북방산개구리가 운다. 멧새, 검은머리쑥새가 마른 억새 끝에 앉아 씨앗을 파먹으며 겨울을 난다. 멸종위기 종 살쾡이와 고라니의 발자국과 배설물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난지도의 자연생태계가 탄탄하게 형성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난지도가 서울의 새로운 야생 동·식물 서식처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쓰레기 매립가스가 새어나온다. 이곳에서 포집한 메탄가스를 활용하여 월드컵경기장과 인근지역 아파트의 냉난방연료로 쓰인다는 사실도 놀랍다. 악취의 원인이 되는 메탄가스의 재활용은 대기환경개선과 에너지 대체효과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다.
평균 초속 3~4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을 이용한 5기의 풍력발전기는 풍치용일 뿐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한다. 공원 내 가로등과 탐방객안내소의 전력을 충당한다니 사람들이 버린 난지도가 자연을 되살려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되돌려 주는 셈이다. 하지만 지반 80m 시추작업 결과 아직도 비닐, 플라스틱 등 썩지 않은 화학제품들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우리가 환경에 얼마나 무관심했던가 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월드컵공원 전시관에 들리면 난지도가 어떻게 병들어갔고, 어떤 과정을 거쳐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동물이 뛰노는 환경생태공원으로 탈바꿈됐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연관찰교실 등 다양한 생태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생태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이규섭/칼럼니스트〉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과학기술, 인터넷 정보검색 등 다양한 경진
다음기사   4개 분야 경진 수상 및 전통문화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