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1 격주간 제663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북방한계지역에 비자나무 군락

내장산 원적골

내장산 단풍은 왜 아름다운가.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적인 요인은 온도와 햇빛과 수분이다. 내장산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며, 단풍나무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나무 15종 가운데 단풍나무, 내장단풍, 아기단풍, 당단풍, 좁은단풍, 털참단풍, 고로쇠나무, 신고로쇠, 왕고로쇠, 신나무, 복자기 등 11종이나 된다.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아 갓난아이 손바닥 같다.

<내장산 내장사 입구 단풍터널이 붉게 물들었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내장산(內藏山)은 골이 워낙 깊어 속을 드러내지 않아 내장산으로 불린다. 내장산 단풍은 지난달 중순부터 물들기 시작하여 이 달 5일 경 절정을 이룬다. 내장사 들머리 우화정에 드리운 단풍나무 그림자는 이미 연못을 붉게 물들였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까지 2.2㎞는 단풍 터널이다. 중생의 108번뇌를 상징하듯 108그루의 단풍나무들이 불꽃을 피우듯 활활 타올라 이맘때면 인파로 붐비는 단풍의 명소다.
내장산 단풍은 왜 아름다운가.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적인 요인은 온도와 햇빛과 수분이다. 내장산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며, 단풍나무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나무 15종 가운데 단풍나무, 내장단풍, 아기단풍, 당단풍, 좁은단풍, 털참단풍, 고로쇠나무, 신고로쇠, 왕고로쇠, 신나무, 복자기 등 11종이나 된다.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아 갓난아이 손바닥 같다.
내장산 원적골 자연관찰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자연관찰로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됐다. 내장산 탐방안내소에 들르면 탐방 정보와 함께 내장산의 자연자원을 재현한 생태계 디오라마가 탐방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산행에 불필요한 물품을 보관할 수 있고, 새들을 관찰하는 망원경, 나무의 고동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진기, 작은 생명체를 관찰하는 루페 등을 대여해 준다. 단체의 경우 자연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활엽상록수 굴거리나무의 열매.>

탐방안내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원적암을 거쳐 돌아오는 자연관찰로는 3.6㎞로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원적암 길목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서어나무, 굴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낙엽활엽수들이 각선미를 뽐낸다. 햇볕을 받지 못한 키 작은 나무들이 웅크리듯 기를 펴지 못해 안쓰럽다.
원적암 조금 못미처 300~600년 수령의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뤄 빼곡하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상록 침엽교목으로 북방한계지역에 형성된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었다. 천연기념물 제91호로 지정된 굴거리나무 또한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활엽상록수로 제주도와 완도 등 온대지방에 주로 자란다. 굴거리나무 역시 북방 한계지역에 분포되어 보존가치가 높다. 아담하고 단아하여 관상용으로 각광받는다.
원적암에 오르면 석가여래상도 단풍에 홍조를 띤 듯 발그레하다. 원적암을 반환점으로 백련암 방향으로 내려오면 굴참나무와 졸참나무가 어울려 사는 혼효림과 만난다. 백련암 가는 길목 못미처 돌다리는 ‘사랑의 다리’라는 이름을 붙여놓아 정겹다. 마음과 마음을 잇고,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다리다.
부근에는 나뭇가지가 층을 이룬 층층 나무, 추위와 공해에 강한 누리나무가 자생한다.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 조릿대라 부르는 대나무가 큰 나무 그늘에서 무리를 이뤄 푸른 윤기를 잃지 않았다. 오솔길을 조금 더 내려오면 출발지점인 일주문이다.
한편 지난 2000년 내장산 아래 내장천 일대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된 세계적인 희귀종 ‘백양더부살이’가 사라져 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자생지인 내장천 한쪽 천변은 외래종 꽃으로 만든 화단이 조성되었고, 도로확장공사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대책이 시급하다.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기생하며 볕이 잘 들고 적당히 건조한 곳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생태를 지녀 산림청 보존 우선후보로 지정된 식물이다. 희귀종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보존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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