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복
사람들은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 살고 있다. 하지만 행복을 항상 멀리보고 찾기 때문에 찾을 수 없다. 행복은 바로 옆에 있다. 영화 ‘행복’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수(황정민)는 꽤 심각하게 몸이 아프다. 주변 환경도 점점 나빠진다. 모든 것의 희망을 잃어버린 한 인간, 영수는 남몰래 지방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하고 삶의 피곤함에 지친 영수 앞에 감기가 들면 죽을지도 모르는 은희(임수정)가 나타난다. 하지만 영수보다 더 죽음이 가까이 와있는 은희는 무척 밝다. 마치 죽음을 초월하거나 죽음에 익숙해진 사람처럼. 밝고 긍정적인 은희에게 끌린 영수는 요양원을 나와서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이 가득한 은희의 정성스런 보살핌에 영수의 병이 낫게 될 때, 서울에서 친구들이 찾아온다. 산에서 나무를 하고 경운기를 몰며 행복해하던 영수는 친구들을 보며 다시 서울의 삶을 그리워한다. 결국 영수는 떠나고 은희는 혼자 남게 된다. 하지만 은희와 함께 했던 행복의 달콤함 때문인지 서울 생활은 지루할 뿐이다. 점점 술에 빠지고 다시 병에 걸리는 영수는 이제 혼자 병실에 눕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희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간다. 산소 호흡기를 하고 영수를 쳐다보는 은희의 눈동자는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 결국 영수는 은희를 떠나보내고 다시 ‘희망의 집’으로 들어가며 영화는 끝난다.
심각한 멜로이자 지독한 연애 이야기 ‘행복’은 결국 사랑이나 행복은 떠나고 나서야 그 의미 부여를 받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옆에 있을 때는 모르고 더 큰 것을 찾다가 멀어지고 나서야 지난 추억과 함께 찾아온다. 현실의 순간에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것들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로 떠나가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던 허진호 감독은 ‘행복’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일상의 풍경들 위에 입혀진 잡을 수 없는 사랑의 판타지가 바로 그것이다. 허진호 감독은 그런 일상 속에서 섬세한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그리고 그 속에 사랑이나 행복의 판타지를 심는 것이다. 크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옆에 있는 것들에 집착한다. 바로 일상에 있는 작은 일들이 행복인 것처럼……
영화 ‘행복’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영수와 은희가 요양원을 나와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때이다. 약초를 캐고, 만원으로 시장을 보는 일상. 하지만 영수는 그 행복을 모른 채 떠나면서 다시 불행을 맞이한다. 영수처럼 우리도 행복을 곁에 두고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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