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1 격주간 제637호>
온 가족이 즐거워하는 한가위

나의 생각 - 윤 종 순 회원(전북 장수 산서중4-H회)

우리 민족에게 한가위는 음력 팔월 보름날에 햅쌀로 만든 송편과 햇과일 등의 음식을 장만해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하는 가장 큰 명절이다. 또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이 모두 한 데 모여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날이다.
한가위가 성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작년 한가위 생각을 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이라서 그런지 어른들과는 “우리 조카 참 많이 컸구나.” “공부는 열심히 하지?”하고 의례적인 말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내 또래 친척 아이들과는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굉장히 서먹했다. 하지만 이내 늘 그렇듯 내가 먼저 그 애들에게 다가가서 숨바꼭질도 하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친해졌다.
우리 집 앞에는 큰 감나무가 있는데 오빠가 간짓대로 감을 따주면 나는 아이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어른들께 가져다 드렸다. 친척 분들께선 특히 우리 집 감은 달고 빛깔도 좋아서 매년 와서 감을 드실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런데 한가위 때마다 항상 겪는 일이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을 슬프게 한 일이 있었다. 한가위가 다가오기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시장에 가서 장도 보시고 방앗간에서 송편을 만들 쌀가루를 빻아 오시는 등 많은 일을 하시고, 아버지께서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마당청소 등을 하셨다. 나도 한가위 때마다 어머니를 도와 음식을 장만하곤 했다. 그런데 한가위 당일에는 어머니가 아니라 일만 하는 사람으로 보였는데, 손님들이 오실 때마다 음식 준비를 하시고, 손님들이 가고 나면 상을 치우시며 힘들어 하셨기 때문이다. 나도 어머니 일을 도와주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할 일 없이 놀고 있는 오빠들이 미워졌다. 어머니께서 바쁘실 때 같이 도와드리면 조금이나마 힘이 될 텐데 말이다. 더 나아가 집에 찾아오시는 손님들과 아버지에게도 섭섭했다. 어린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명절 때마다 어머니만이 힘든 전쟁을 치르시는 것 같았다. 21세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우먼파워를 보여주는 오늘날에도 남성 우월주의로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한가위 연휴! 이런 저런 일로 얼굴 붉히지 말고 민족의 큰 명절인 만큼 우리 가족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한 웃음이 가득할 이번 한가위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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