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격주간 제662호>
<서울현장체험학습 소감문> 꿈과 진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오지은 회원 (경남 창원 봉림중학교 2학년)

서울현장체험학습에 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기대해 왔던 일이었다. 어렵게 신청해서 오게 되었고, 그래서 오게 되자 너무 기뻤다. 버스를 타고 단체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는 체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몹시 기다려졌다.
조편성을 한 종이를 보고 많이 실망했던 것 같다. 아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같이 다니면서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지하철을 질리도록 탄 것 같다. 처음 표를 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는데, 두 번째부턴 익숙해져서 헤매지도 않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뻣뻣하게 서서 한참을 달리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앉았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다보니 거의 앉을 수 없었다. 평일이고 낮 시간인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지만 서울의 인구가 정말 많다는 것 하나만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하고 재미있는 추억이었고, 지하철을 다음에 또 타러 오고 싶다.
가락시장에선 경남 마산 아주머니를 만났다. 우리를 보고 같은 고향사람이라며 반가워해 주셨고, 우리가 찾고 있는 물건에 대해 설명까지 해주셨다. 이런 곳에서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을 보니 나도 내심 반가웠다. 고향이라는 것이 이래서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대학교에선 어떤 코스보다도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언젠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모두 둘러보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고려대학교를 제일 가고 싶었다. 친구들이 고려대학교 캠퍼스는 별로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데 오히려 난 연세대 캠퍼스보다 고려대 캠퍼스가 좋아보였다.
대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봐야할 것이 있었는데 많이 부끄러워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래도 용기 내어 물어보면서 미션을 수행했다. 바쁘다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친절하게 응해줬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려대 학생인데 불구하고 졸업 후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분들이 계셨다. 항상 내 동경 속의 고려대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멋있고 미래가 분명하고 친절할 것이라 여겨왔었는데 좀 의외였다.
내가 제일 처음에 한 남학생을 붙잡고 질문을 했는데, 그 분이 내가 조사했던 세분 중에 가장 친절해서 기억에 남는다. 성함이 정윤석이었는데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사투리가 듣기 좋다고 농담을 던져주시더니 공부 꼭 열심히 해서 여기 와보라는 조언까지 해주셨다. 직접 용기를 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고, 내가 이미 고려대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 감동이란. 안 느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반드시 열심히 공부해서 응원해 주시는 여러 사람들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명문대에 진학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 진로와 꿈을 확고히 정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사동에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눈다기에 몇 가지 표현을 수첩에 미리 적어갔다. 내가 생각한 만큼 외국인이 많지 않았는데 어렵게 용기 내어 “Excuse me”하고 말을 붙이니 파란 눈을 나에게 돌리며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양해를 구하고 음성을 녹음하면서 대화를 했는데, 모두 단답형으로 대답해 주셨지만, 그래도 외국인에게 말을 붙여보고 미션을 수행했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뿌듯했다. 관광 중에 말을 붙이는 것이 죄송스러워서 많이 망설였는데 외국인의 친절함에 너무 감사드렸다. 다음에도 왠지 외국인과 대화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창원에도 교보문고가 있다. 서울의 교보문고에 비하자면 아주 소규모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곳에 교보문고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교보문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앞뒤좌우 사방팔방으로 둘러 쌓인 책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 옆에서 열심히 책을 보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도 감명 깊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열심히 책을 읽고 있구나’ 생각하니 나도 돌아가면 미친 듯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절실함을 느꼈다. 왜 나는 이렇게도 책을 읽지 않았던가 하는 자책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베스트셀러 1위 ‘시크릿’을 한권 구입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공연 ‘쉬어 매드니스’는 정말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피곤에 찌든 상태에서 보는 공연이 썩 달갑지 않았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굉장히 장소가 좁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직접 범인을 만들어가는 코믹 추리극.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세네번을 다시 보아도 후회할 것 같이 않았다. 그리고 배우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가 온갖 정성이 깃들어진 섬세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긴 대사를 줄줄 읊어가며 열변을 토하는 배우의 얼굴이 멀리서도 보일 만큼 빨개졌는데 그 배우의 심정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땀범벅이 된 그분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아직도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다.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난 한 순간도 여기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이런 기회가 있어 너무 감사했고 기회가 있다면 몇 번이고 와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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