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격주간 제662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냉온기후로 단풍색깔 가장 곱다

남설악 주전골 단풍

설악산 단풍은 10월 중순이 절정으로 온 산을 붉게 물들여 놓았다. 가을이면 잎 속 엽록소가 찬 기운을 견디지 못해 허물어지고 빨갛고 노란 색소가 드러나면서 단풍이 든다. 나무가 엽록소의 생산을 그치고 잎 안에 안토시아닌을 형성하여 붉은 색으로 변한다. 서정주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노래했다.

<남설악 주전골 단풍은 색깔이 곱고 윤기가 흐른다.>
단풍보다 아름다운 것은 나뭇잎의 희생적인 생애다. 봄이면 연초록빛 잎새가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생기를 돌게 하고,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시원한 그늘을 준다. 가을이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 단풍이 되어 세상을 오색으로 수놓는다. 낙엽으로 잎의 최후를 마감한 뒤에도 나무를 위한 자양분인 부엽토가 된다. 그래서 단풍의 미학은 돋보인다.
설악산 단풍은 10월 중순이 절정으로 온 산을 붉게 물들여 놓았다. 가을이면 잎 속 엽록소가 찬 기운을 견디지 못해 허물어지고 빨갛고 노란 색소가 드러나면서 단풍이 든다. 나무가 엽록소의 생산을 그치고 잎 안에 안토시아닌을 형성하여 붉은 색으로 변한다. 서정주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노래했다.
화려한 색의 향연을 펼치는 단풍이 물든 곳이면 어디인들 아름답지 않을까 만은 설악산의 단풍은 유난히 곱다. 기후 상으로 냉온대지방일 뿐 아니라 백두대간의 중간쯤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단풍잎에 윤기가 흐른다.
설악산 가운데서도 남설악 일대는 아직도 곳곳에 미답의 원시림이 많아 골이 깊고 은밀하다. 오색지역과 한계령, 점봉산(1424m)을 잇는 삼각형지대의 안쪽 지역은 ‘오색 시닉 텔타 존(Osaek Scenic Delta Zone)’이라 하여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설악산 남쪽 자락 주전골은 화려한 단풍이 숨어 있는 골짜기다. 복자기나무, 사시나무, 단풍나무, 옻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이 어우러져 온 산을 오색으로 물들인다. ‘단풍 불에 화상을 입고 돌아온다’는 옛 시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오색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주전골.〈최성민 사진작가 제공〉>
주전골은 오색약수터에서 성국사, 선녀탕, 금강문을 거쳐 용소폭포와 십이폭포까지 오르는 구간이 험하지 않아 트레킹과 생태탐사코스로 적합하다. 오색약수 매표소를 지나 10여분 오르면 성국사다. 절 마당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었다고 하여 예전엔 ‘오색석사’라고 불렀다. 그래서 지명이 ‘오색리’다.
성국사를 지나면 기암괴석이 병풍을 두른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단풍이 화려한 색깔을 드러낸다. 당단풍의 주홍 입술, 고로쇠 나뭇잎의 노란 속살, 갈색의 활엽수, 푸른 소나무가 생태적 배열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색의 조화를 이룬다.
선녀탕에서 금강문까지는 약간 가파르다. 숲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양, 토끼 등 야생동물 배설물도 간간이 눈에 띈다. 야생 조류가 뛰노는 곳이다. 불규칙한 기후와 낮은 온도 탓에 키가 작은 고산식물이 분포되어 고산 생물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생태지역이다.
금강문은 주전골 한가운데 위치한 바위다. 두 개의 바위가 서로 기대서서 사람들이 드나들 정도의 틈이 있어 산상의 출입문 같다. 금강문을 지나면 숲, 계곡, 단풍의 풍광이 잘 어우러진 주전골의 또 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소폭포, 그 위로 나 있는 길을 따라가면 한계령과 만난다. 왼쪽으로 오르면 십이폭포의 장관이 펼쳐진다. 주전골은 금강문에서 십이폭포까지의 계곡이다. 조선시대 도적 떼가 놋그릇을 녹여 주화(鑄貨)를 만들었다고 하여 지명이 유래되었다. 주전골 단풍을 둘러보고 나면 마음에도 단풍이 곱게 물든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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