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격주간 제662호>
< Cinema & Video >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아쉬운 명절용 선물세트

“추석은 코미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절 때는 코미디 영화가 항상 박스오피스를 석권했다. 올해도 그런 목적으로 개봉된 영화 중 유독 눈에 띄는 영화는 바로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이다. 데뷔작 ‘돈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13년간 줄곧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류의 소동극에 기반을 둔 코미디영화를 선보여 왔던 김상진 감독과 ‘커침없이 하이킥’의 국민 엄마 ‘나문희’씨와의 조합이 주는 기대감이 크다.
국밥집 재벌 권순분 여사(나문희)를 납치하기 위해 별다른 계획도 뚝심도 없는 착하기만한 어리버리 3인조 유괴단이 급조된다. 운 좋게 납치를 했지만 세상 물정에 너무나 밝은 천재 할머니에게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러나 할머니는 유괴범들의 심성이 너무나 착하다는 것을 알고, 그에 비해 유괴사실에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자식들에게 분노한다. 결국 권순분 여사는 인질극을 진두지휘해서 자식들을 혼내준다.
김상진 감독은 나문희씨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석 달을 쫓아 다녔다고 한다. 예상을 비껴가지 않는 나문희씨의 연기는 권순분 여사의 캐릭터를 제대로 증폭시킨다. 유괴범들의 밥부터 챙기는 귄순분 여사는 한국적인 어머니의 감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결코 오버하지 않으며 절대 다운되지 않는 나문희의 연기는 코미디 영화에 감정을 실어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나문희를 뒷받침하는 3인조 강성진, 유해진의 안정된 연기에도 불구하고 다소 빈약한 캐릭터 설정은 영화를 불편하게 만든다. 인질극을 펼칠 수밖에 없는 초반 설정들이 아쉽다. 도범(강성진)은 교도소에서 출산이 임박한 아내의 보석금 2000만원이 필요하고, 시골 노총각 근영(유해진)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결혼 원정을 사기당해, 아머니 틀니 값을 날렸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한다. 백수 종만(유건)은 도범 아내의 남동생으로 어영부영 납치 행각에 합류한다.
김상진 감독은 대표작 ‘주유수 습격사건’처럼 상황 소동극을 기반을 두고 정밀한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보통 극중에서 상황의 변화가 인물의 캐릭터의 감정이 변화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면 허술해질 수 있다. ‘권순분 납치사건’의 아쉬움은 바로 그 캐릭터들의 변화 포인트에 있다. 서로 조화를 이루기 전에 다른 상황을 인물 스스로가 이끌어 버린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캐릭터에 설득되기도 전에 또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김상진 감독표의 다른 영화에 비해 웃음의 강도는 아쉽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제1회 청소년 사랑 포럼
다음기사   과제학습으로 문제해결 능력 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