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가을과 독서
특별기고 - 황 정 현(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

우리 조상들은 흔히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의미를 규정하고 어느 계절보다 책읽기 좋은 계절로 꼽았고, 서양에서는 가을을 ‘사색의 계절’로 이름을 붙이고 어느 계절보다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을을 책 읽고, 생각하기 좋은 계절로 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가을이 독서하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외에 한 해를 마무리해 가는 시점에서 삶을 되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란 상징적 의미도 있을 것이다.


가을 통해 정신의 양식도 마련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의 땡볕 아래에서 김을 매고, 가을이 되면 자연은 그 노고의 보답으로 한 해 먹을거리를 장만해 준다. 이러한 육적인 양식을 마련하는 가을을 통해 정신의 양식도 마련해야 한다는 자연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독서란 한 인간의 사고의 깊이와 폭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최초이면서, 세계적인 건축가인 김수근 씨가 건축학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지도 교수가 ‘소설을 많이 읽어라’는 조언을 하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건축과 소설이 무슨 관계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그 말은 집을 짓는데도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자기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것은 훌륭한 건축가가 되느냐, 아니면 단순 노동자인 미장이가 되느냐 하는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다.
독서의 미덕은 인간으로 하여금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는 것이다. 추상적인 문자 매체를 통해 구체적인 것들을 상상하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자와 대화함으로써 독자의 사고는 넓고 깊어지는 것이다. 이런 독서 훈련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크지 못할 것이다. 독서는 훈련이듯이 하나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주하고, 문화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세기로 진입하는 21세기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힘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는 것이 더 없이 필요하다.

독서는 감수성 예민한 어릴 때부터

특히 지·덕·노·체 4-H이념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4-H회원들은 청소년시절부터 독서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지식의 홍수 시대를 살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경향이 많은데, 감동을 주고 정신세계를 넓힐 수 있는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향상시킬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
끝으로 진부하지만 독서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유대인들의 금언을 생각하면서 이 가을에 한권의 책을 손에 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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