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1 격주간 제661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희귀종 갯게 등 ‘게들의 낙원’
남해 진목리 갯벌

진목리 갯벌은 자갈, 모래, 펄 등이 섞인 혼합갯벌이다. 서해와 강화도 갯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남해안의 살아있는 갯벌로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됐다. 바지락, 꼬막, 새꼬막, 피조개 등은 주민들의 소중한 소득원이다. 새들의 먹이 감인 저서생물이 풍부하여 검은머리물떼새, 쇠백로, 도요새 등 철새들이 쉼터로 잠시 머물거나 겨울을 나기도 한다.

남해고속도로 진정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남해방면으로 가면 붉은 색 아치가 선명한 남해대교와 만난다. 경남 하동과 남해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懸垂橋)다. 남해대교를 건너 비경을 간직한 강진만을 끼고 조금 내려가면 어촌마을 앞에 갯벌이 펼쳐진다. 남해군 설천면 진목리 갯벌이다. 6000여 년 전에 형성된 갯벌로 인근 사천만과 광양만의 바다와 북쪽의 지리산과 연계되어 생태 띠를 이룬 지역이다.
진목리 갯벌은 자갈, 모래, 펄 등이 섞인 혼합갯벌이다. 서해와 강화도 갯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남해안의 살아있는 갯벌로 습지보전지구로 지정됐다. 바지락, 꼬막, 새꼬막, 피조개 등은 주민들의 소중한 소득원이다. 새들의 먹이 감인 저서생물이 풍부하여 검은머리물떼새, 쇠백로, 도요새 등 철새들이 쉼터로 잠시 머물거나 겨울을 나기도 한다.
물이 빠져나가자 속살을 드러낸 펄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수없이 드러난다. 새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조개와 가재류의 집들이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동글동글한 모래알갱이들을 내뱉는 엽낭게다. 모래알갱이는 모래를 입에 넣어 유기물만 섭취한 뒤 뱉어놓은 찌꺼기다. 갯벌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들은 육지에서 밀려온 토사와 부유(浮游) 물질을 거르고 각종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정화작용을 해준다.
마을 주민들이 쏙을 잡는 방법도 독특하다. 괭이나 호미로 펄의 상부를 5~10㎝ 정도 옆으로 떠내면 직경 3~4㎝의 구멍이 드러난다. 이 구멍에 된장을 풀어 넣고 붓을 살살 흔들면 쏙이 붓을 잡고 올라온다. 인기척을 느끼면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가 붓을 잡고 쏙~ 나와 ‘쏙’이라 부른다고 한다.
자신의 구멍 앞에서 영역을 표시하는 작은 펄털콩게, 고둥 껍데기를 집으로 삼고 다니는 집게, 돌 틈에 숨어있는 무늬발게 등 갯벌은 게들의 우주다. 바위 색깔이 팥죽 같다고 하여 팥죽바위로 불리는 해변가 바위에는 고둥 외에도 굴과 고랑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갯벌은 버려진 땅이 아니라 생명의 땅임을 확인한다.

<물이 빠져나가자 속살을 드러낸 갯벌에 주민들이 나가 어패류와 쏙 등을 잡고 있다.> <넓지는 않지만 남해해역 갯벌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진목리 갯벌.> 

진목리 갯벌에는 넓지는 않지만 염생식물들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바다 쪽에서부터 칠면초, 해홍나물, 퉁퉁마디, 남은재, 지채, 갯잔디가 자라고, 야트막한 방죽을 쌓은 육지 쪽에는 순비기나무가 보라색 꽃을 피우며 군락을 이뤘다.
마을을 둘러 싼 해안도로변 갈대와 잡초가 우거진 숲은 ‘게들의 낙원’이다. 갯게와 방게, 도둑게, 말똥게 등 다른 갯벌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종들의 보금자리다. 갈대 숲의 진흙 바닥은 탁구공만한 구멍투성이다. 구멍마다 한 마리씩 작은 게들이 기어 나와 금새 수 십 마리 무리를 이룬다.
갯게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다. 강화도 지뢰매설지역 내에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후 갯게의 서식지를 발견한 것은 지난 2005년 이곳이 처음이다. 갯개는 날이 어둑해야 모습을 드러낸다.
진목리 주민들은 이곳이 게들의 낙원이 된 것은 마을 앞으로는 갯벌, 뒤로는 논밭, 왼쪽으로는 작은 개천이 흐르는 특이한 지형을 든다. 뭍과 민물에서도 살고, 바다에서도 서식하는 게들의 속성과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잡초와 미생물이 진흙 바닥에 각종 유기물을 풍부하게 쌓여 게들이 살아가기에는 천혜의 조건이다.
생명과 조화의 땅 갯벌을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은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은혜의 땅이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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