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1 격주간 제661호>
< Cinema & Video > ‘007’에 이은 새로운 첩보영화

본 얼티메이팀

첩보영화의 대명사는 바로 ‘007’이다. 1970년대 냉전 시대의 자본주의 영웅으로 등극했던 ‘제임스 본드’. 그리고 한참을 사라졌던 ‘첩보 영화’가 새롭게 변했다. 바로 ‘본’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팀’-이다. 007의 ‘제임스 본드’는 자신을 희생하며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해가는 인물이었다면, ‘본 얼티메이팀’의 ‘제이슨 본’은 국가를 상대로 바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명령에 따라 무고한 사람들까지 살해해야 했던 CIA의 암살자 본(맷 데이먼). 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나타난 암살요원들을 피하며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 역시 자신을 죽이려는 암살요원과 같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누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찾아 나선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속했던 ‘트레드스톤’이 국방부 산하 극비조직으로 재편되면서 ‘블랙브라이어’라는 더 강력한 비밀기관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블랙브라이어에서 본은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제거하기 까다로운 골칫거리가 된다. 본이 맨몸으로 블랙브라이어의 진실을 캐는 동안 전편에서 그를 쫓던 CIA 간부 파멜라(조안 안렌)는 본이 위협적인 인물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을 돕기 시작한다. 결국 본이 마지막 찾은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바로 모든 것을 자신이 자초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본’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신을 키웠던 CIA로부터 위협받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무것도 의지할 곳 없이 고독하게 자신의 과거만을 캔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에 찾은 자신의 과거는 스스로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살인 무기로 태어난 군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복수할 사람이 없다. 바로 국가에 충성을 하도록 교육 받은 미국이란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탓할 수 없는 세상에게 가장 불쌍한 스파이였던 것이다.
‘본 얼티메이팀’은 주변을 두리번거릴 시간이 없다. ‘본 슈프리머시’를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하나의 이야기 줄기를 집요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블리디 선데이’나 ‘플라이트 93’을 봐도 그는 곁가지 없는 연출은 탁월하다. 지독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과 불친절하지만 리듬감을 불어 넣는 특유의 빠른 편집은 단순한 이야기 줄기에 더 해져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불행하고 고독한 인물인 ‘본’은 더 없이 역동감 있게 느껴진다. 아날로그로 보여주는 짧고 강한 액션 역시 요즘 영화들과 다른 새로움을 맛 볼 수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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