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1 격주간 제661호>
토박이 말

시부저기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거의 저절로

‘시부적’에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다. ‘시부적’은 부사 ‘시부적시부적(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에 쓰인 ‘시부적’과 같다. ‘시부적’은 ‘쉽다’, ‘적’은 ‘슬쩍’의 ‘쩍’과 관련된 어형으로 추정된다.
‘시부적’에 ‘-이’가 결합된 ‘시부저기’는 ‘힘들이지 않고 거의 저절로’라는 뜻이다. ‘시부저기’의 작은 말이 ‘사부자기’이다.

 


한 동네 안에서 몇 집씩 따로 모여 있는 구역

시골에는 서너 집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많다. 이 작은 마을은 좀더 큰 마을에 속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듯 한 마을 안에 속해 있으면서 몇 집씩 따로 떨어져 한 군데 모여 사는 구역을 ‘뜸’이라고 한다.
‘마을’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작은 단위가 ‘뜸’인 셈이다. 마을 이름으로 익숙한 ‘양지뜸, 음지뜸’등에 쓰인 ‘뜸’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이 ‘뜸’은 기원적으로 ‘圓(원)’을 지시하는 ‘듬’에서 온 것이다. 몇 집이 모여서 이룬 작은 마을이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어서, ‘圓’을 지시하는 ‘듬’을 이용해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

 

볼만장만
보기만 하고 간섭하지 아니하는 모양

“볼만한 풍경”, “볼만한 영화”라는 표현에 우리는 아주 익숙하다. 이들에 쓰인 ‘볼만하다’는 형용사이다. 그런데 동사로 쓰이는 ‘볼만하다’도 있다. 동사로서의 ‘볼만하다’는 ‘보기만 하고 시비를 가리거나 참견하지 아니하다’라는 뜻이다. 나서서 시시비비를 가려 주거나 충고를 해 주어야 할 상황인데, 그저 수수방관만 하는 태도를 그렇게 표현한다.
‘볼만장만’의 ‘볼만’은 동사 ‘볼만하다’의 ‘볼만’과 같은 것이다. ‘장만’의 어원은 알 수 없다. 그리하여 ‘볼만장만’은 ‘보기만 하고 간섭하지 않는 모양’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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