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5 격주간 제660호>
<4-H교사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열어가는 세상

<유 윤 식>

나는 제천 근교의 전교생이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5년 전 이 학교에 부임하여 마을 주민으로 살면서 우리 아이들이 생태적이고 자립적이고 공동체적인 사람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농촌 학교 선생님의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이러한 소신은 4-H활동을 통해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 4-H는 한때 우리 농촌 곳곳에 4-H운동이 활발하였을 때는 50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한 적도 았지만 농촌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쇠락의 길을 걷다 요즘엔 학교에서 4-H 운동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농촌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사는 지역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농업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는 요즘 아이들에게 지 덕 노 체 를 길러주는 4-H운동은 정말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봄이 오면 학생들과 밭을 일궈 씨를 뿌리고 가을이면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농사 체험은 교실 안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함께 배워 나가게 한다. 땀 흘리고 일하며 나누는 아이들과의 대화는 서로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또 힘든 농사일을 통해 참된 노동의 가치를 알고 밥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자연의 노고가 있음을 깨달으며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하다. 그것은 점심시간에 ‘빈 그릇 운동’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올해는 우리 학교4-H회를 중심으로 마을의 어른들과 우렁이 농법을 통한 친환경 벼농사 작목반을 만들어 농사도 짓고 있다.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이 농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른이 되어 기본적인 먹을거리는 자신이 직접 농사지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자립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리고 4-H환경반 아이들을 중심으로 지구 온난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쓰레기 제로 운동’과 ‘물·전기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생태적인 행동 양식을 기르는 에코 스쿨(생태 학교)운동도 벌이고 있다. 거기에 야생화반 학생들은 학교 빈 공터에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야생화 동산을 가꾸며 아름다운 학교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봉사반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 생활이 어렵고 거동이 불편한 혼자 사시는 노인들과 결연을 맺고 그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는 것은 물론, 봄·가을이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 인근 마을을 보다 친환경적이고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기 위해 마을에 야생화를 심고 농사짓는 분들에게 유기 농업을 권장하기도 한다. 가을이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혼자 사시는 노인들의 수확을 돕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
또 지구상에서 하루 1달러 미만의 절대 빈곤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인도 기아 난민 돕기 모금 활동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도움으로써 자존감을 기르고 자신이 도움 받는 존재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세상에 잘 쓰이는 주인 된 삶을 배워 나간다. 그리고 늦가을이 되면 학교 축제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마을 화합 잔치를 통해 지역 사회와 유대를 높여 나가는 등 학교가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지역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학교가 지역과 함께 할 때 마을과 학교는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북 제천시 송학중학교4-H회
 -월간 불교와 문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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