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1 격주간 제637호>
알곡만을 골라 농부를 기쁘게 하는 기구

전통의 멋 - 풍구(風具) -

농사에는 수많은 과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의 기쁨은 뭐니 뭐니 해도 타작이 아니겠는가.
타작의 과정에도 여러 과정이 있는데 진짜 마지막 단계가 가마니에 담는 단계이나 이는 전 단계의 알곡만을 고르는 과정을 거침으로 해서 작업이 마무리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의 일을 담당하는 것이 풍구(風具), 즉 바람을 일으켜 떨어진 알곡에서 지푸라기나 검불 같은 협잡물을 날려 보내고 알곡만 섬(짚으로 만든 자루)이나 가마니에 담을 수 있게 하는 기구를 말한다.
이러한 풍구에는 아주 원시적이나 우리 조상들의 발명품이자 아이디어 상품인 부뚜(風席)가 있다. 이는 돗자리의 양쪽 끝에 막대기를 달고 돗자리의 가운데를 발로 밟고 양쪽 막대기를 잡아 흔들어 바람을 일으켜 협잡물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또 싸릿대나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키를 흔들어 바람을 일으켜 검불을 날려 보내기도 했다. 키는 타작마당 바람 일으키기 뿐 아니라 타작한 낱알을 올려놓고 키를 위 아래로 흔들어 검불이나 겨를 날려 보내기도 하고 평상시에는 오줌싸개 치료용으로 소금 동냥 때 머리에 씌우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되곤 하였다. 기구가 좀 더 발달된 후에는 톱니의 원리를 이용한 바람개비와 풍구가 출현하여 부뚜나 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능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손잡이를 돌리면 치차에 의해 날개가 3~4배 속도로 빨리 돌아 그 바람으로 검불은 멀리 날아가고 알곡은 밑으로 떨어져 깨끗한 알곡만을 모을 수가 있게 된다. 날아간 검불은 주변에 쌓여 갈퀴로 굵어내어 나중에 모깃불용 불소시게나 거름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검불을 다른 곳에 보관하기 전에 바람개비를 너무 세게 돌려 알곡이 검불과 함께 날아가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검사가 있고서야 보관이 가능했다.
바람개비가 검불과 큰 협잡물을 책임졌다면 그 다음은 풍구라는 도구가 등장하게 된다. 이 풍구의 역할은 물론 알곡과 협잡물을 분리하는 것이지만 바람개비와는 또 다른 역할이 부여되는 것이다. 즉 바람개비가 제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이 못해낸, 무게가 나가는 협잡물을 골라내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풍구는 낱알에 들어 있는 돌이나 흙덩이, 그리고 바람개비가 못한 것을 골라 최종 알곡을 섬에 담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은 작업의 요소요소마다 많은 도구를 이용해 농사를 해 왔는데 이제 이런 도구들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후손들에게 보여 줄 뿐이다. 후손들은 얼마나 알기를 노력하고 또 느끼고 깨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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