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1 격주간 제659호>
<영농현장> ‘토마토돼지’ ‘감귤돼지’ 브랜드로 세계에 도전할 터

정영호 회원(제주 제주시4-H연합회)

‘영호농장 대표’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4-H연합회 정영호 회원(한림읍 금악리·24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농업에 뛰어들어 1500두의 양돈업을 하고 있는 어엿한 농장주이다. FTA 등 농업개방화로 위축이 될 듯도 싶건만 ‘토마토돼지’, ‘감귤돼지’ 등의 브랜드농업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우리 농업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당당함이 엿보인다.

어린 나이에 양돈업에 뛰어들어

정 회원은 제주 한림공고와 제주산업정보대 축산과를 졸업했다. 3년 전에 부친이 작고하자 돈사를 물려받아 혼자의 힘으로 3300㎡ 대지 위에 4개 동의 돈사에서 어미돈, 자돈을 포함해 1500두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위로는 누나가 3명인데 막내인 정 회원이 어머님을 모시고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모돈은 4개월에 한번 12~13마리(평균 10마리)의 새끼를 낳고 25일경 젖을 떼며, 자돈이 180일(6개월)이 지나면 양돈조합으로 유통이 되고 있다. 연간소득은 3년 전에는 1억 원이었으나 지금은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청정지역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지만, 작년 4월에 발생한 질병으로 기르고 있던 돼지의 60%까지 폐사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지하수에 약품처리를 해서 물통으로 물을 공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결과 두 달 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양돈은 평균 한 달에 10마리가 폐사되는데, 그 당시에는 30~40마리였다고 한다. 돈사관리는 항생제를 쓰지 않고 3일에 한번 직접 소독을 하고 있다.
정 회원에게 “축산폐수에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축산폐수는 양돈마을에서 서로 협력하여 목초지에 살포해 거름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한 가지 문제라면 냄새”라고 답변한다. 정 회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요즘 종종 신문기사에 나오는 해양 적조현상이 생각났다. 만약 축산폐수를 모두 해양 투기한다고 하면 심각한 환경문제가 될 것이지만, 정 회원처럼 축산농가들의 협력과 지혜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정 회원이 4-H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4-H회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대학교에서는 축산관련 4-H동아리활동을 하기도 했다. 제주시농업기술센터 양정원지도사는 “정 회원은 제주시4-H연합회에서 하는 각종 행사의 선발대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면서 “행사때마다 돼지 한 마리씩을 협찬하며, 너무 성실하고 모범적인 회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활동에 모범이 되는 회원

<정 회원이 15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3300㎡의 돈사.>
정 회원은 “4-H를 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갖고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자기 일에만 신경 쓰기 쉬운 시대에 함께 단체생활하며 서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회원들과 만나는 시간이 참 귀하다고.
또한 손재주와 감각이 좋아서 제43회 제주도4-H경진대회에서는 석부작 만들기로 우수상을, 한지와 등, 시계 과제활동에서 최우수상을, 그리고 4-H활동 모범 도지사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회원은 야영교육과 경진대회 준비는 물론 5월에는 스승의 날 행사로 꽃바구니 50개를 만들어 관련 4-H선생님들께 달아드렸고, 청소년의 달 장애체험으로 150명과 함께 자원봉사요원 교육을 받았다. 또한 ‘뉴제주운동’과 각종 봉사활동에도 앞장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1월에 갖게 될 과제발표대회에서 꽃 가꾸기, 석부작, 도자기 등을 준비해 전시회 및 발표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모두 힘 합쳐 FTA 이겨나가야

이처럼 4-H활동을 통해 지·덕·노·체 4-H이념을 생활화하고 있는 정 회원은 “FTA체결로 수입개방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 양돈도 세계경쟁력을 키우려면 브랜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영국의 종도장에서 키우고 있는 순수혈통 돼지를 분양받으면 2년 후부터 종자분양이 되는데, ‘토마토 돼지’, ‘감귤 돼지’ 등의 브랜드화를 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
정 회원은 “영농회원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 아쉽고 행정통합과정에서 북제주군이 나가면서 읍면단위가 소멸돼 자칫 영농기반이 붕괴될까봐 걱정이 된다”면서 “정부에서 영농회원에게 관심을 갖고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활 속에서 4-H이념이 묻어나고 있는 정 회원의 성실한 자세와 열정을 보면서 앞으로 세계경쟁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호농장만의 새로운 브랜드 명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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