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회원 (충남 서산시 성연중학교4-H회)
6시간이라는 긴 여정 끝에 도착한 다랭이마을. 처음 민박집에 들어갔을 때 그야말로 시골의 정이 듬뿍 담긴 민박집 할머니의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딸애들아, 찌개 맛 좀 보기…” 이러시면서 정말 우리 친할머니같이 편했다.
모기가 물든지 말든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열심히 고추를 따던 때도, 폐교 된지 20년이 지난 허름하고 오싹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부끄러워 하면서도 서로 1등해서 상금타려고 안 되는 목소리를 꽥꽥 지를 때도, 아침에 등산한답시고 올라갔다가 낭패 봤을 때도, 서해안에서 맛보지 못했던 짠물 가득한 바다도 이젠 모두 좋은 추억이 됐다.
첫날 밤에 서로 나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마이크를 빨리 잡는 건 다들 무슨 심리인지, 그때 정말 다들 민망하다면서 학교별로 하나가 되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여기에 와서 후배들이랑 한층 더 친해진 것 같았다.
진짜 죽는 줄만 알았던 날은 둘째 날 아침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진흙 길을 올라갈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고나 할까? 200m 남았다고, 누구나 힘든건 마찬가지라고 했던 선생님의 쩌렁쩌렁하신 목소리. 정상에 올랐을 때 너무 시원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마음에 설레었던 것도 찰나에 불과하고 뚝뚝 우두둑 떨어지는 야속한 빗줄기들… 어휴~ 발을 헛디뎌 그대로 죽고 마는 건 아닌지 사지를 부르르 떨며 내려가는 도중에 쭉~ 그대로 슬라이딩을 하고 말았다. 다 합해서 3번나 슬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진짜 눈물, 콧물, 땀이 얼굴에서 서로 조화를 이룰 정도였다. 선생님은 앞 발가락에 힘을 주어서 가면 절대로 안 미끄러진다며 따라해 보라고 하셨다. 오줌 마려운 아기처럼 걸으시며 따라 해보라고 하시는데 나원 참! 그러시는 선생님도 미끄러지실 뻔했다는 사실. 앞과 뒤에서 도와준 친구들과 후배들이 없었다면 난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위험하고 아슬아슬 스릴 있는 이 기분! 다시는 체험하고 싶지 않다. 얼떨결에 하게 된 등산이 극기 훈련이 되고 말았다. 옆에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게 우정이구나!’ 하고 느꼈다. 내려오는데 무심한 폭우가 쏟아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많은 비를 맞고 태연한 척 걸어본 적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산 타기에서 실망한 기분을 달래준 것은 바다체험이었다. 방금 산에서 젖은 옷을 다시 입고 정말 제대로 놀고 가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리고 있었지만 뚱뚱한 구명조끼를 어색하게 입고 바다로 들어갔을 때의 기분은 행복 그 자체였다.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던 후배들, 심지어 다른 학교 학생들과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놀아서 산에서 싸였던 감정을 풀 수 있었다. 발이 안 닿는다고 허우적대면서 안 되는 개헤엄을 치면서도 민망한 것 하나 없이 정말 재미있었다. 안 되는 실력으로 노를 저으며 첫 래프팅을 경험한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혹여나 뒤집어지면 어쩌지?’ 하면서 보트를 탔다. 몇 시간 동안 바다에서 놀고 나와 먹은 구수한 비빔밥과 달짝지근한 옥수수는 그야말로 우리에겐 비상식량이었다. 허겁지겁……얌얌쩝쩝!!!.
이런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4-H와 선생님들께 너무나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너무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체험학습에 참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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