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백천계곡 열목어
세계적인 희귀종 열목어들이 산다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백천계곡은 계곡 자체가 ‘천연기념물 74호 열목어서식지’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청정지역이다. 백천계곡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남단 열목어 분포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낙동강 상류에 열목어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학계에 공식 보고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열목어의 분포상황을 잘 알고 있던 전문가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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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기념물 74호로 지정된 봉화 백천계혹은 물이 차고 깨끗하며 산소 요구량도 많은 열목어의 서식지이다.> |
“내 이름은 열목어(熱目魚). 눈에 열이 많다고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지요. 유식한 학자들은 연어목 연어과의 민물고기라고 분류해 놓았군요. 몸에 열이 많은 탓인지 찬물이 아니면 살아가기 힘들어요. 한 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밑돌아야 하고, 물 속의 산소도 9ppm이 넘어야 숨쉬기가 편하지요. 몸을 숨길 수 있는 큼직한 돌이나 바위가 있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깊고 넓은 소(沼)가 있어야 알을 낳고 부화하여 새끼를 키울 수 있답니다.”
열목어의 서식환경은 이처럼 까다롭다. 맑고 찬 1급수에 산소 요구량이 많아야 산다. 계곡은 햇빛이 물에 닿지 않게 나무가 우거져야 한다. 이런 곳이 드물다 보니 열목어의 개체수도 급격히 줄었다. 열목어는 1996년 환경부가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함에 따라 ‘귀하신 몸’이 되었다.
세계적인 희귀종 열목어들이 산다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백천계곡을 찾았다. 계곡 자체가 ‘천연기념물 74호 열목어서식지’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청정지역이다. 백천계곡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남단 열목어 분포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낙동강 상류에 열목어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학계에 공식 보고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열목어의 분포상황을 잘 알고 있던 전문가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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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이 민첩한 열목어는 모습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은 현불사 연목의 열목어.> |
봉화 소천면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태백방향으로 가면 청옥산휴양림을 만난다. 국도변 대현분교에서 3㎞쯤 들어가면 현불사다. 절 담을 끼고 돌면 왼쪽이 백천계곡 들머리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서늘하다.
계곡과 나란히 난 임도를 따라 20여 분 오르니 차단기가 가로막는다. 임도는 일제 때 춘양목(금강소나무)을 베어 내가기 위해 만든 산판도로다. 차단기를 돌아 들어가면 울창한 숲의 터널이다. 아래쪽에는 단풍나무가 단풍보다 고운 진초록의 자태를 뽐내고 위로 오를수록 금강소나무가 미끈한 몸매를 과시하며 빼곡하게 서 있다. 올라갈수록 계곡은 점점 넓어지면서 우렁찬 함성을 지른다. 계곡을 낀 산 속은 한기를 느낄 정도다.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열목어를 기다렸으나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백천계곡을 지키는 주민 모임’의 김용주(58)씨는 “열목어들은 시원한 바위 돌 틈에 숨어 여름이면 보기가 어렵다”고 귀뜸해 준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황갈색 피부에 자색 반점이 박힌 열목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인기척을 느끼고 쏜살같이 바위틈으로 사라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는커녕 워낙 민첩하여 눈으로 쫓아가기도 바쁘다. 열목어를 가까이서 보려면 현불사 연못을 가는 수밖에 없다.
“열목어의 몸길이는 보통 30~40㎝로 30~40년 전만 해도 70㎝에 이르는 성어(成魚)들도 흔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이곳에는 육식성 어종인 열목어의 먹이 감인 작은 물고기와 수서곤충, 개구리 등이 풍부하다. 백천계곡의 길이는 약 15㎞. 천연기념물인 관계로 야영, 취사, 물놀이는 절대 금지다. 열목어를 보기 위해 물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 여름철엔 감시원 2명이 상주하며 순찰을 돈다.
계곡 길을 타고 내처 오르니 삼거리 표지판이 나온다. 트레킹은 이곳까지다. 계속 오르면 태백산 부쇠봉을 거쳐 천제단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가면 칠반맥이골이다.
지난해 가을 봉화군에서 등산로 조성과 함께 안내판을 세우고 위험구역엔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열목어들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깊은 계곡에서 귀한 몸을 보존하며 백천계곡에서 대를 잇는다.
〈이규섭/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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