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1 격주간 제659호>
< Cinema & Video > 만남의 광장

감동과 코미디의 아쉬운 만남

1950년, 하늘은 폭격기가 가득했고, 날마다 낙하산이 투하됐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고리에 엮이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중앙에 미국군과 소련군이 들어와 철조망을 세웠다. 마을 사람들은 그 철조망의 정체도 모른 채 세우는 것을 도와줬다. 38선, 그렇게 생겨난 38선은 50년이 넘도록 그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했다. ‘만남의 광장’의 첫 장면이다. 어딘가 ‘웰컴투 동막골’과 닮은 듯한 설정은 꽤 힘있다. 그리고 ‘삼청교육대’가 있었던 1980년대 초반으로 넘어간다. 반공이데올로기의 표상인 이승복의 동상이 학교마다 있었던 시절, 북한은 끊임없이 땅굴을 파고 남침을 준비한다고 믿고 있던 시절, 훌륭한 교사가 꿈인 섬마을 노총각 공영탄(임창정)이 등장하면서 본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사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한 공영탄은 서울에 도착해서 우연히 ‘삼청교육대’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순간 순진한 시골총각은 ‘교육대’로 착각하고 냉큼 ‘삼청교육대’로 들어간다. ‘뻘밭’을 기고, 통나무를 번쩍 들며 졸업날만 기다리던 영탄은 우연히 휴전선 부근의 시골마을 청솔리에 낙오한다. 이장(임현식)과 마을주민들은 영탄을 ‘교육대’를 졸업하고 새로 부임한 선생으로 오인하고, 국민학교로 안내한다. 의문의 여자 선미(박진희)에게 반한 영탄은 선미가 마을에 없는 것을 안다. 그리고 선미를 추적하다가 이장의 처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장과 처제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또 오해를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처제의 비밀을 캐다가 땅굴을 발견한다. 그 땅굴을 바로 38선을 뚫고 북한의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시켜주고 있던 비밀 통로였다. 결국 영탄과 선미는 사랑에 빠지고 두 마을 사람들은 군인들 모르게 38선 밑에 있는 지하의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은 군인들에게 발견되고, 결국 북한에 있던 윗마을 사람들이 귀순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삼청교육대’와 ‘남침땅굴’을 유머스럽게 잘 엮은 듯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웃기기 위해서 오해와 ‘영탄’의 끊임없는 착각에 초점을 맞춘다. 감동이 있어야할 부분을 유치한 오해로 채우다 보니 남북분단의 현실이 줄 수 있는 아픔이나 고통은 점점 사라지고 만다.
‘웰컴투 동막골’은 남한군과 북한군이 한마을 사람들과 융화하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다루었지만 ‘만남의 광장’은 웃음에 치중한 나머지 ‘영탄’이란 인물과 윗마을 사람들과 아랫마을 사람들이 엮여 가는 과정이 어설프다. 다행이 조연들의 코믹 연기가 그 아쉬움을 달래주지만 커다란 감동을 만들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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