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5 격주간 제658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섬백리향 등 원산지식물만 60여

울릉도 야생화

원산지 식물만도 무려 60여종에 이른다.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을 비롯하여 꽃 이름 앞에 ‘울릉’이나 ‘섬’자가 붙은 야생화는 울릉엉겅퀴, 울릉천남성, 울릉미역취, 울릉양지꽃, 울릉대나물, 울릉고사리, 섬현호색, 섬노루귀 등 종류도 다양하며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향기가 100리를 간다는 섬 백리향>

울릉도는 섬 전체가 자연생태박물관이다. 흑비둘기와 나비 등 62종의 조류가 바다와 원시림 사이로 날아다니고 울도하늘소 등 345종의 곤충류와 너도밤나무, 솔송 등 750여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원산지식물만도 무려 60여종에 이른다.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을 비롯하여 꽃 이름 앞에 ‘울릉’이나 ‘섬’자가 붙은 야생화는 울릉엉겅퀴, 울릉천남성, 울릉미역취, 울릉양지꽃, 울릉대나물, 울릉고사리, 섬현호색, 섬노루귀 등 종류도 다양하며 대부분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울릉도 야생화는 숲이나 해안 바위 등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지만 나리분지(羅里盆地) 부근이 군락지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caldera)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으로 20만㎡(약 60만평) 규모의 유일한 평지다. 개척민들이 둥지를 틀고 땅을 일군 곳으로 분화구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도 세계에서 유일하다. 드넓은 고원엔 더덕, 부지깽이나물, 삼나물, 고비, 땅두릅, 산마가 초록바다를 이뤘다. 개척민들이 살던 투막집과 너와집은 경북도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개척민 시절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나리골이라는 지명은 이곳에 터를 잡은 주민들이 주변에 흔한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먹으며 연명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 마늘인 ‘명이’는 울릉도의 특산물. 굶주림에 시달리던 시절, 눈 속을 비집고 명이가 올라오면 캐다가 삶아먹고 무쳐먹고 죽을 끓여먹으며 명(命)을 잇게 해줬다고 명이라 부른다. 요즘은 17세대가 산나물재배와 민박과 음식점을 경영하며 생계를 잇는다.

<희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 올린 울릉도 섬 바다꽃>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방향으로 20분 정도가면 울창한 활엽수림을 지나게 된다.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이 천연기념물 제52호로 지정 된 섬백리향과 울릉국화 군락지다. 철망으로 울타리를 쳐놓아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다. 섬백리향 향기는 100리까지 갈 정도로 짙다. 옛날 뱃사람들은 섬백리향 향기로 울릉도 방향을 알았다고 한다.
꿀 풀과에 속하는 섬백리향은 울릉백리향, 대화백리향이라고도 부른다. 바닷가의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나 숲 속에 자생한다. 키 10㎝에 꽃의 크기도 1㎝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아 앙증맞다. 땅바닥을 기듯이 옆으로 퍼지면서 많은 가지를 치는 탓에 흔히들 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6~7월쯤 붉은 보랏빛과 홍자색 꽃을 피운다. 울릉국화는 9~10월에 핀다. 여느 산간에서 만나는 들국화와 비슷해 보이지만 잎과 줄기에 광택이 나고 두 갈래로 깊게 찢어진 잎 모양이 다르다. 유난히 희고 뽀얀 꽃빛깔을 띠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섬백리향 군락지 아래쪽 습지에는 흔히들 ‘와사비’라고 하는 고추냉이가 자생한다. 백합과에 속하는 섬말나리 또한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6~8월 사이에 주황빛을 머금은 노랑꽃을 우아하게 피워 올려 숲 속에서도 쉽게 눈에 뜨인다. 꽃잎에는 반점이 깨알처럼 찍혀 있고, 꽃술은 가슴을 펴듯 활짝 젖혀져 도도한 기품을 느끼게 한다.
울릉도 특산식물 중 하나인 섬 바디는 희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 메밀밭을 연상케 한다. 목초(牧草)로 크게 각광받으면서 섬 전역에 대대적으로 파종하여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섬초롱 역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꽃이다. 7~8월에 피는 섬초롱꽃은 흰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는 흰섬초롱꽃과 짙은 자줏빛의 자주섬초롱꽃 두 종류다. 언뜻 보면 육지의 초롱꽃과 비슷해 보이지만 꽃잎에 반점이 있는 게 다르다. 울릉도에서 뭍으로 돌아와서도 꽃향기에 취해 한 동안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규섭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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