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5 격주간 제658호>
< Cinema&Video > “진실 한 줌 주세요”

라따뚜이

요리의 천국 프랑스를 배경으로 탄생한 브래드 버드의 새 영화 ‘라따뚜이’는 행복하다. 극장 문을 나올 때 흥분된 감정이나 슬픔을 안기는 쉽지만, 가슴 따뜻한 행복을 품기란 어렵다. 하지만 브래드 버드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해냈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그러했고, 인크레더블이 그러했듯 소통할 수 없는 객체들이 소통하며 따뜻해진다. 외계의 거대 로봇과 철부지 아이의 만남, 초능력을 가진 가족들의 화합, 그리고 이번은 절대미각과 후각을 가진 쥐와 요리를 하지 못하는 주방장의 만남이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파리의 별 다섯 개짜리 레스토랑에 내걸린 모토. 바로 세계 최고의 요리사 ‘구스토’의 정신이다. 그리고 ‘누구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사람이 아니라 절대 미각을 타고난 생쥐 ‘레미’다. 부엌의 최대의 적인 ‘생쥐’가 바로 부엌의 주인공으로 탄생한다.
‘레미’는 번갯불에 버섯과 치즈를 구워 먹는 요리의 천재이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에 입성,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방 청소 담당 청년 링귀니와 파트너십을 이룬다. 그리고 파리 최고의 요리사로 탄생한다.
프랑스 남부 플로방스의 소박한 시골 스튜 ‘라따뚜이’에서 타이틀을 빌려온 영화는 새로운 비주얼 감각과 기술을 한껏 발휘한다. ‘레미’의 미세한 털 3만개와 움직임은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보지 못했던 부드러움과 생동감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어린이용 만화영화를 넘어서는 것은 리얼리티한 프랑스 음식문화와 제목 ‘라따뚜이’같은 순수함과 진실에 대한 추구이다.
인스턴트식품 속에 진실이 있을 수 있을까? 요리란 누군가의 정성이 손끝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런 진실은 이제 거대한 식당의 냉장고와 편의점 냉동코너에서 얼어 버렸다. 바로 정성의 가치가 아니라 돈의 가치로 바뀌어 버렸다.
누가 만들었냐보다 얼마짜리가 더 가치 있는 세상. 프랑스 최고의 요리 평론가 안톤 이고는 ‘진실 한줌’이 들어간 요리를 주문한다. 그때 ‘레미’ 아니 감독 ‘브레드 버드’가 내민 것은 바로 시골에서 할머니 혹은 어머니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만들어줬던 소박한 시골 스튜 ‘라따뚜이’였다.
어떤 요리도 칭찬하지 않던 냉혹한 비평가 ‘안톤 이고’는 ‘라따뚜이’ 한입을 머금고 밀려오는 행복감에 눈물을 흘린다. 그 순간 극장 안으로 퍼지는 행복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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