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에서 사슴을 쫓는다는 말로
경쟁하여 어떤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일을 뜻함”
한(漢)나라 고조(高祖) 11년(B.C. 196), 조(趙)나라의 재상이었던 진희가 대(代) 땅에서 난을 일으켰다. 그러자 고조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정벌에 나섰다.
이 틈을 이용하여 진희와 내통하던 회음후 한신(韓信)이 장안(長安)에서 군사를 일으키려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사전에 누설되어 여후(呂后)와 재상 소하(蕭何)에 의해 진압되었다.
한고조 유방이 진희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와 한신이 죽은 것을 보자 즐겁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여 여후(呂后)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하였소?”
여후가 대답했다. “한신은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하더군요.”, “괴통은 제나라 유세객으로 지모가 뛰어난 자요.”
그는 괴통을 잡아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고조 앞으로 끌려나온 괴통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괴통이 잡혀 오자 한고조가 물었다. “네가 회음후(한신)를 모반하도록 사주했는가?”
괴통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분명히 권하기는 했지만, 그 작자는 저의 의견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멸망의 최후를 맞게 되었죠. 그 작자가 저의 의견을 채택했다면, 폐하가 어찌 그를 없앨 수 있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한고조는 화가 나서 명했다. “저 놈을 삶아 죽여라.”
그러자 괴통이 억울하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아, 원통하구나, 나를 삶아 죽인다니!”
한고조는 괴통에게 다시 물었다. “네 놈이 한신을 모반하도록 부추겼다고 인정하지 않았느냐? 무엇이 억울하단 말인가?”
괴통이 대답했다.
“진(秦)나라의 기강이 추락해서 정권이 와해되기 직전에 여러 호걸들이 각기 거사를 하여 천하(中原)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리하여 천하의 호걸들이 마치 까마귀 떼처럼 달려와서 제왕의 지위(鹿)를 차지하려고(逐) 했는데, 능력이 월등하고 행동이 민첩한 사람이(한고조 유방)그 자리를 먼저 얻게 되는 형세가 되었죠.
옛날 도척의 개가 요(堯)임금을 보고 짖은 것은 요 임금이 인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개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한신만 알고 있었을 뿐 폐하가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천하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잡고서 폐하와 같은 대업을 이루려고 한 자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단지 힘이 모자랄 뿐이었죠. 폐하께서는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삶아 죽여야 하겠습니까?”
한고조가 괴통의 말을 들어 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지라 그의 죄를 사면해 주었다.
여기서 중원축록이란 말은 제위를 두고 다툼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이것은 정권을 다투거나, 어떤 지위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로 확대되어 쓰인다.
〈가운데 중(中) / 들 원(原) / 쫓을 축(逐) / 사슴 록(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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