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5 격주간 제927호>
[시 론]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효과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농업소득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임 정 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한국4-H본부 부설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장)

국내 농가들이 영농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이 줄어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2019년 농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118만원으로 2018년 4,207만원에 비해 2.1%(88만원) 감소했다. 특히 농업소득은 전년대비 20.6%(266만원)나 더 크게 감소하여 1,026만원에 머물렀다. 농업소득이 1999년 1,057만원 수준에서 2019년 1,026만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고,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농업소득은 오히려 크게 하락한 것이다.

농업소득 20년간 정체

농가소득은 소득원천에 따라 크게 농업경영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농업소득과 농업활동이외 벌어들이는 농외소득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농업소득이 급감하면서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47.3% 수준에서 2019년 24.9%까지 하락하였다. 선진국이 될수록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경우 농업소득이 지난 20년간 큰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고,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5년 WTO 출범과 2000년대 들어 많은 국가들과 동시다발적 FTA 추진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56개국과 16건의 FTA 협정을 체결하고 발효 중으로 다양한 지역과 국가로부터 온갖 종류의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낮은 한국농업은 개방피해가 적은 품목으로의 생산집중 현상과 수입산으로의 소비대체 효과로 인해 농업소득을 높이는데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주요국과의 FTA 체결이 본격화되면서 농산물 수입이 1999년 59.3억 달러 수준에서 2019년 276.6억 달러로 4.6배 증가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농산물 수입은 연평균 8.4%씩 증가해 왔으며, 곡물, 채소, 과일, 축산 등 전 부류에 걸쳐 수입이 크게 증가추세다.
이렇게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산 농산물 판매가격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 반면에 농가가 농업생산을 위해 구입하는 투입재 가격은 크게 상승하면서 농업수익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영농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농업소득 증대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농업 수익성과 소득의 감소는 불가피하게 농업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농촌경제의 피폐와 농업활동으로 창출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도 축소될 우려가 크다.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에 필수적인 농업소득이 중요한 이유이다.

펫푸드, 화장품, 바이오산업 원재료 등 고부가가치 시장 개척 필요

이런 측면에서 농업과 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생산 활동으로부터 창출되는 농업소득 증대를 위한 전략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도 농업소득 안정화를 위해 농업재해보험제도 등을 확충해 나가고,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로컬푸드 정책추진 등 국산 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농업소득 안정화 및 향상을 위한 정책강화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농업소득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에는 역부족이고, 한계가 있다.
따라서 농업소득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국내산 농산물이 가정이나 학교, 식당 등에서 식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다양한 산업의 원재료로 비싸게 팔려나갈 수 있도록 신수요 시장개척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국내외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능성식품, 펫푸드, 천연물화장품, 생물의약품 및 친환경 바이오산업의 원재료로 국산 농산물이 활발히 이용되도록 하는 기반 구축 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산 농산물이 높은 가격에 다양한 산업의 원재료로 널리 판매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체되어 있는 농업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농업소득을 증대시켜나갈 뿐 아니라 한국농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농산물이 전통적인 먹거리 용도뿐만 아니라 비식용의 바이오 소재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수요처와 유망품목을 발굴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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