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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격주간 제92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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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현장] 야생화 매력에 푹 빠진 지리산 청년농부 |
노 환 철 회원 (전라남도4-H연합회 감사 / 구례군4-H연합회 직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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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철 회원은 4-H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경영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은방울꽃, 할미꽃, 금낭화, 깽깽이풀….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옛 향기가 가슴 깊이 스며든다. 이렇듯 우리 들꽃 야생화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되살린다.
전국 야생화의 30%가 넘는 1,500여종이 서식하는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도 야생화의 은은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사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전라남도4-H연합회 노환철 감사(33·전남 구례군 광의면 매천로)가 그 주인공.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산자락을 누비며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일손을 돕던 노환철 회원은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야생화 단지(지리산야생화영농조합법인)를 크게 운영하며 가업을 잇고 있다.
구절초, 감국, 앵초, 패랭이, 갈대, 억새, 붓꽃, 수련 등 조경용 야생화, 지피식물, 수생식물 등 키우는 품종만 자그마치 120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력품은 60종 정도 되는데, 포트재배를 통해 규격화해서 연간 800만본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매출이 연간 10억원. 생산량 중 절반이 넘는 500만본을 조달청에 납품해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구축했다. 나머지는 조경회사와 농가, 일반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야생화는 생각 외로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었다. 새만금 생태하천 복원사업, 순천정원박람회, 고속도로 가로변 정비사업, 도시재생사업, 벽면녹화사업 등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뿐만 아니라 야생화 테마파크, 수목원 등 민간 부문 수요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제1농장과 제2농장을 합쳐 농지 11만㎡에 갖춰 놓은 45동의 하우스는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20여명의 인부를 쓸 만큼 바쁜 일과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야생화 재배나 판매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다.
“크건 작건 계약이 되면 현장에 찾아가 직접 납품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철저한 A/S는 기본이고요.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은 ‘야생화 2세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쪽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세대, 1.5세대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틈새전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든 요즘 농촌에 젊은이가 농장까지 직접 찾아와 납품하는 걸 보고, 격려해주시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영 개선에 집중했다. 손으로 일일이 포트에 흙을 채워넣는 방식으로는 하루 최대 2만 포트밖에 생산할 수 없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오랜 연구 끝에 사비를 들여 마사토를 포트에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계설비를 자체 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루 생산량이 6배 늘어 12만 개로 껑충 뛰었다. 인건비도 연간 1억원이 절감됐다.
지난해엔 전남농업기술원 영농승계 청년농 창업지원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시설하우스에 작물예찰용 CCTV, 환풍기 자동제어설비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여름철 고사하기 쉬운 수호초, 핑크뮬리의 생존율을 75%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만의 특색을 살린 야생화산업 발전에 뜻을 두고 있던 노 회원은 2006년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에 진학했다. 승계농으로서 부모님과 영농을 함께 하면서 야생화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고 현장지식을 쌓았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08년 4-H회에 가입한 노환철 회원은 2017년 구례군4-H연합회장을 맡게 됐다. 당시 회원은 불과 5명. 2019년 회원을 15명까지 늘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8년엔 광양시, 구례군, 곡성군 등 인근 3개 시군 청년4-H회원 200명이 함께 자매결연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이후 매년 정기행사로 시군별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우수사례 발표를 통해 영농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내비쳤다.
“귀농귀촌 지원을 통해 농업에 신규 진입하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계농 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해 그 성공사례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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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철 회원과 인터뷰에 동참한 이용정 전남4-H본부 사무처장(사진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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