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1 격주간 제926호>
[시 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촌진흥사업 도약의 기회로
이 천 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코로나19 위기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전후의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예측하며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람간의 물리적 접촉이 주요 감염경로인 예측불허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문화를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농업분야 역시 농산물의 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 제한, 소비자들의 비대면 방식 농식품 구매 선호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더욱 가속화되는 현상을 우리 농업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 현장과 긴밀한 호흡이 필요한 농촌진흥사업도 새로운 변화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농산물 생산 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농업기술 보급체계를 비대면·다(多)방향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기술보급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즉시 지원이 가능한 온라인 교육, 모바일 컨설팅 등을 통해 현장과 소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비대면 지도사업 플랫폼을 개발하고 확대해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 농업인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보급하기 위한 콘텐츠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농업인의 수요와 이용이 많은 미생물 보급, 농기계 임대사업과 같은 기술보급 시설도 키오스크와 같은 스마트 관리시스템을 확대함으로써 농업인의 연관 활동을 데이터화하고,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우리 농업의 취약분야 중 하나인 노동력 부족 문제가 팬데믹에 따른 이주노동자의 입국지연과 겹치며 농업생산 활동 차질에 대한 우려로 부각되고 있다. 현장 수요를 적기에 파악하고 인력난이 시급한 곳은 수급 가능한 국내인력을 신속히 연계하는 중계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개발된 노동력 절감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에 보급하고,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활용한 노동력 대체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농산물의 유통과 소비패턴 역시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감염 우려에 따른 외출·외식의 자제는 가정 내 가족과의 식사 횟수를 47.7%, 온라인을 통한 농축수산물의 구매를 200% 이상 증가시켰다. 농산물의 유통과 소비가 중·소 마트, 온라인 소매유통 채널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번 바뀐 소비패턴은 다시 원상복구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과 소비 변화를 고려한 제품개발, 비대면 기반의 지역 농특산물 판로를 지원해 나가야 한다. 민간 유통기업과 전문가를 연계한 협력사업을 통해 농업인의 전자상거래 확대를 지원하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개발과 마케팅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선호를 농산물 소비로 연결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상품화도 필요하다.
사람들의 밀집도가 높은 집단 시설에 대한 이용 제한으로 체험·관광 기반의 농가 경제 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감염위험이 적고,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등 방역 매뉴얼 준수가 가능한 농촌 공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홍보 활동과 프로그램 개발·보급을 통해 방문객에게 농촌을 코로나에 지친 심신의 휴식과 치유 공간으로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가 종식 이후에도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농업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피해가 있거나 취약한 곳은 보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농업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산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응 영농기술지원반’을 한시적으로 신설했다. 앞으로 비대면 방식의 농업기술 보급체계를 구축해 영농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농산물 비대면 판로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우수한 코로나19 방역체계 모델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진 것처럼 농촌진흥사업도‘전문성’을 기반으로 역량을 한데 모으고, 디지털 농업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발판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간다면 새시대의‘K-Extention’으로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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