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다
政者正也(정자정야)"
- 《논어(論語)》 중에서
《근사록(近思錄)》은 1175년 4월, 주희(朱熹)와 여조겸(呂祖謙)이 만나 10여일 함께 지내며 선배 학자들이 남긴 어록과 문집 등을 읽은 후 중요한 대목을 정리하여 뽑아 완성한 책이다.
《근사록》은 총 14개의 항목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가운데 ‘정치(政治)’와 관련된 것은 3개 항목이다. 정치의 근본 원리를 설명하는 ‘치체(治體)’와 정치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언급한 ‘치법(治法)’, 정치 업무의 실제를 다룬 ‘정사(政事)’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에 대한 송대(宋代) 유학자(儒學者)들의 인식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란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바르게 만들어야만 한다. 나는 바르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르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를 바르게 만든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들과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내 몸에 상처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바로 깨달을 수 있는 것처럼 세상에 상처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바로바로 파악하여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 조화로운 소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친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만 세상과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오히려 쉽다. 가정을 다스리는 것이 더 어렵다. 가족들은 가까이에 있고 세상 사람들은 멀리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올바른 원칙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 나갈 때,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바른 원칙을 지키며 나아가기가 오히려 수월하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원칙을 지키는 게 어렵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객관적으로 일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더군다나 사소한 일 때문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겉으로 드러난 것뿐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다독이고 이해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바르고 바르지 않음은 밖에서 구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찾아 널리 퍼뜨려야 하는 것이다.” (주돈이(周敦))
“작게는 집안에서부터 크게는 나라와 세상 전체에 이르기까지,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그 사이에 틈이 있어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이에 틈이 없이 밀접하게 있으면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렇게 하면 화합이 이루어진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친척 사이나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 그 틈 사이로 온갖 비난과 거짓이 스며들어 서로를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 갈라지게 만든다. 그러므로 틈새를 없애고 소통하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이(程))
“정치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어야만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를 바르게 가르치는 데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바른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구차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부자들의 땅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만약 그렇게 했을 경우에 기뻐할 사람들이 많겠는가 아니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이것을 한 번에 벼락 치듯이 하자는 것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준비하여 제도를 잘 정비하면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변명만 일삼으니 문제가 더욱 커질 뿐이다.” (장재(張載))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치는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政者正也)”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정의를 내렸다. 우리 시대의 정치는 어떠한지 잘 살펴보도록 하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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