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1 격주간 제920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건강을 위한 지혜

"화롯불을 바람 속에 두면 빨리 타버린다
火置之風中則易過(로화치지풍중즉이과)"
- 《근사록(近思錄)》 중에서


송나라의 학자 정호(程顥)와 정이(程)는 형제지간이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학문을 이룩해 사람들은 두 사람을 묶어 ‘이정자(二程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의 학문은 주희(朱熹)에게 이어져 성리학(性理學)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신유학(新儒學)으로 일컬어지는 동양철학의 새로운 흐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정호와 정이 형제를 통해 건강해지는 지혜를 알아보자.
“나는 매우 허약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마음을 바르게 하고 학문을 배우고 익혔더니 30세 무렵부터 차츰 기운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40~50세에 다다르자 오히려 기운이 더욱 왕성해졌다. 지금 내 나이가 72세인데, 내 몸을 보라. 20~30년 전과 다름이 없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타고난 허약한 기운을 강하게 만든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비결을 알지 못한다. 다만 사사로운 욕심을 부리지 않았을 뿐이다. 바른 마음을 가지고 바른 이치를 따르려고 노력했을 뿐 따로 건강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은 이처럼 중요하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욕심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정이)
“사람이 걸릴 수 있는 병은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그런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멈출 때 적절히 멈추고 나아갈 때 적절히 나아가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공부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글만 읽고 말만 하면서 직접 몸으로 실천하거나 몸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러하니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르고 말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먼저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정호)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자면 ‘욕심을 줄여라, 바른 마음을 가져라,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학자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이들의 제자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제자가 정호에게 “사람들이 신선(神仙)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게 실제로 있습니까?”라고 물어왔다. 그러자 정호는 이렇게 대답했다.
“흔히 도가(道家)에서는 고통에서 벗어나 신선(神仙)이 되기 위해 기기묘묘한 기술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이를 ‘방술(方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유가(儒家)에서는 신기하고 묘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할 뿐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옷을 입고, 겨울에는 따스한 옷을 입으며,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신다. 이를 적절히 조절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면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밝은 대낮에 하늘로 날아서 올라가는 따위의 신선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화롯불을 바람 부는 밖에 놓아두면 금방 다 타버려 빨리 꺼지지만(火置之風中則易過) 조용한 방 안에 놓아두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과 같다(置之密室則難過).”
평정심을 유지하면 건강해진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바람 부는 거리에서 정신없이 헤매지 말고 조용한 방 안에서 고전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보자.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웠다는 뜻을 깊이 새기면서 말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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