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5 격주간 제919호>
[이 달의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필자도 명색이 30년 넘게 시를 써온 시인이다. 사람들이 필자에게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쭈뼛거릴 것 같다. 시를 몰라서가 아니라, 한 마디 말로 정의 내릴 만큼 시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무교동ㆍ종로ㆍ명동ㆍ남산ㆍ서울역 등 시내를 배회하다가,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이렇게 생각한다. ‘엄청난 고생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시인 아닌가.’ 이런 생각은 시가 멀리 있지 않고 남대문 시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장 속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시는 시인이 밝히는 시인론으로 의미 있게 읽힌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 김종삼(1921~1984)
· 1953년《신세계》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 시집 <12음계>, <시인 학교>,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등 펴냄.
· 현대시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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