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1 격주간 제657호>
<이규섭 의생태기행> 태고의 신비 간직한 ‘비원의 숲’

울릉도 원시림

<거대한 삼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 울릉도 원시림.>

성인봉(984m)은 해발 1000m에 못 미치지만 해수면에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되기 때문에 만만찮다. 해발 400m의 나리분지까지는 차량을 이용하고 트레킹을 하면 편하다. 원시림은 해발 600m 이상의 숲을 가리킨다. 알봉분지를 지나 신령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등산로로 접어들면 원시림이 펼쳐진다.
설렘으로 가슴이 울렁거리고 배 멀미로 속이 울렁거리며 찾아 간 울릉도는 여전히 신비의 섬이다.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오른쪽 행남봉 기슭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향나무다. 수령이 2500년 쯤 된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 거센 해풍과 풍상을 온 몸으로 막으며 용케 버틴 향나무는 울릉도의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이다.
울릉도의 역사는 길고도 짧다. 512년 신라 지증왕 13년 때 이사부(異斯夫)가 우산국(于山國)을 정벌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으로 보면 1495년의 긴 역사다. 조선 초기 왜구의 침략과 노략질로 1417년 실시한 공도정책(空島政策)으로 빈 섬으로 남았다. 1882년(고종19년) 개척령이 내려진 이듬해 이주민 16가구 54명이 울릉도 태화동에 첫발을 내 디딘 연도로 보면 124년의 짧은 역사다.
오랫동안 빈 섬으로 남아 있었기에 울릉도 성인봉 원시림은 비밀의 화원 같은 시원(始原)의 숲이다. 내륙지방의 천연림을 흔히 원시림이라고 부르지만, 정부기관과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원시림’이라 일컫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울릉도 통구미 향나무자생지>
울릉도 원시림을 트레킹으로 체험 할 수 있는 곳은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성인봉 원시림지대와 천연기념물 제50호로 보호되고 있는 태화령 숲이다. 천연기념물 대접은 못 받아도 내수전 트레킹 코스의 울창한 숲도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성인봉(984m)은 해발 1000m에 못 미치지만 해수면에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되기 때문에 만만찮다. 해발 400m의 나리분지까지는 차량을 이용하고 트레킹을 하면 편하다. 원시림은 해발 600m 이상의 숲을 가리킨다. 알봉분지를 지나 신령수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등산로로 접어들면 원시림이 펼쳐진다.
나무의 줄기는 미끈한 잿빛이지만, 잎과 열매가 밤나무를 닮은 너도밤나무를 비롯하여 섬 단풍,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두메오리 등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활엽수와 고비고사리 등 양치식물과 그 사이에 얼굴을 내민 야생화들을 만난다. ‘이곳 원시림 내에는 이런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안내 표지와 함께 나무와 식물을 소개하는 입간판을 세워놓아 초보자도 쉽게 알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산죽과 마가목 나무에 둘러싸인 천연전망대가 나오고 쪽빛 수해(樹海)에 가슴이 탁 트인다.

태하령은 남양이나 구암에서 태화나 천부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다. 그 길을 트레킹으로 걸어서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나무가 솔송나무, 섬잣나무, 너도밤나무 군락이다. 솔송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면서도 오히려 구상나무를 닮은 침엽수로 울릉도에서만 자생한다.
생태탐사를 겸한 내수전 트레킹코스는 7.5㎞. 과거 천부 주민들이 도동으로 넘어가던 호젓한 길이다. 일출전망이 좋은 북면 석포가 출발점이다. 들머리부터 잘 생긴 소나무들이 각선미를 뽐낸다. 숲길은 완만하고 해묵은 부엽토가 쌓여 융단처럼 부드럽다. 더부살이 넝쿨식물이 쭉쭉 뻗은 해송을 칭칭 감아 오르고 숲 사이로 섬바디와 섬초롱이 해맑은 웃음으로 반긴다. 중간쯤 주막집 주모 정매화가 살았다는 정매화곡 쉼터를 지나 완만한 숲길을 몇 차례 오르내리면 죽도가 내려다보이는 내수전이다. 동백나무 자생 숲이 빼곡한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맑은 날 독도까지 보인다는 내수전 전망대다.
통구미(通九味)의 향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48호다. 바다를 낀 남양이란 작은 어촌마을 뒤 암벽에 군락을 이뤘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향나무의 자생력이 놀랍다. 향나무의 기본 종을 연구하는 자료로 보존가치가 크다고 한다.
 〈이규섭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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