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5 격주간 제917호>
[영농현장] 꿀도 얻고 도시 생태계도 살리는 도시양봉 전문가

여 웅 기  회원 (대구광역시4-H연합회)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대도심 한복판에서 벌을 키우고 꿀을 채취한다는 것을 쉽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봉하면 과수원이나 한적한 시골을 먼저 떠올렸던 우리에게 도시양봉은 아직도 낯설다. 하지만 수억 원씩 드는 다른 시설농업에 비해 적은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낼 수 있고 직장생활을 마친 은퇴자들의 도전이 늘면서, 어느새 도시양봉은 도시농업의 중요한 작목이 됐으며 농업의 블루오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25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대구에서 도시양봉을 하고 있는 4-H청년농부 여웅기 회원(33·대구 수성구 고모동)도 이러한 도시양봉의 매력과 비전을 강조했다.
“벌은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아남죠. ‘오염된 도시에서 채취한 꿀이 안전할까’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데 오염된 물질을 섭취한 벌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때문에 농촌보다 농약에 대한 걱정이 적어 오히려 도시에서 양봉이 더 수월해요. 그리고 과수는 물론 고추, 참깨, 심지어 벼까지 꽃이 피는 작물의 수정에 벌이 큰 역할을 하기에 양봉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죠. 꿀도 얻고 도시 생태계도 살리는 도시양봉은 그야말로 ‘꿀잼’입니다. 이제는 정부는 물론 도시인들도 주목하고 있어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양봉산업 이끄는 양봉 전문가

유년기 시절부터 복숭아, 자두, 감, 복분자 등 과수농사와 양봉을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여웅기 회원. 다른 작목보다 다시 도시에서 양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는 그는 전문적인 지식과 양봉기술 습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2015년 대구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한 농업인대학 양봉학과를 수료했으며 2018년에는 전국 5만여명의 양봉인 중 40명만 선정해 진행한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연구원의 ‘2018 동계양봉지도자교육과정’을 이수했다. 또 같은 해에 대구광역시농업기술센터의 친환경학과에 입학하여 EM을 활용한 양봉사료 급이법도 정립했다. 이외에도 도시농업관리사 과정, 식용곤충수업 등 다양한 농업교육을 이수한 여웅기 회원은 현재 700군(벌통)을 관리하며 네이버밴드 ‘전국양봉동호회’의 리더, ‘젊은양봉인의 배움터‘의 공동리더로서 400여명의 회원과 함께 양봉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양봉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양봉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여웅기 회원은 양봉산업 가치와 홍보를 위해 다양한 봉산물과 꿀을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무료로 지급하고 있으며, 양봉에 대해 배우고 싶지만 초기 기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양봉체험을 무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여왕벌을 생산하여 판매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지역사회의 양봉산물 증산을 위해 우량 여왕벌을 양성하여 지역의 양봉농가에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에 큰 양봉관련 도매상점이 없어서 주변의 양봉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대신 구입해 제공하고 있죠.”

청년회원들과 성공사례 공유

양봉 전문가로서 공익적 가치 확산과 영농지식의 공유에 힘쓴 그의 노력은 제21회 한국4-H대상에서 특별상 수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그의 성공사례를 4-H청년농부들과 공유하기 위해 참가한 제48회 4-H중앙경진대회에서는 대구광역시4-H회원들과 함께 창업아이디어 부문 우수상과 우수농산물 브랜드 부문 최우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구4-H는 4-H 관련 대회 말고도 농업분야 공모전에 지원해 대구시 청년정책과 사업에 선정되고 대구 테크노폴리스에서 시행한 소셜리빙랩(아이디어경진)에서도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전부 4-H회원들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며 겸손함을 보인 여웅기 회원. 대상 시상과 중앙경진대회에 참가해 회원들을 격려하고 수상의 기쁨을 함께할 정도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채상호 대구광역시4-H본부 회장은 “그는 4-H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 꼭 필요로 하는 인재로서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4-H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올해의 계획을 전한 여웅기 회원. 봉산물 판매장을 구축해 본인의 밭에서 생산한 과일과 직접 뜬 꿀을 판매하는 양봉체험농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대한민국 양봉산업을 이끌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배대용 기자 erro838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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