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하 연 (강원 원주시4-H연합회 회장)
11월 무사히 경진대회를 끝내고 이제 올해 행사는 없다고 좋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해외봉사라는 이름으로 필리핀을 다녀오게 되었다. 국내의 아이들을 도와주기에도 힘든 이 시기에 과연 우리는 해외봉사가 타당한 것인가 여러 번 생각하고 회의를 해보았지만 과거가 없이는 지금이 없다는 생각과 ‘코피노’를 만나보자며 출발했다.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다일공동체에서 봉사를 하려던 우리 계획은, 비행기의 연착과 수하물 찾는데 두 시간이 허비되면서 물품 전달만 하게 되는 아쉬움으로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웃음 짓는 걸 보며 허기지게 보낼 만큼 어려운 아이들이 아닌데 봉사라는 말로 나의 부유함을 티 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던 중에, 필리핀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사상에 관한 가이드 설명을 듣고 가슴을 열기 시작했다.
ATI(필리핀 농업지도청)은 남이 봤을 때에는 뒤처진 농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농기계 한 대면 사람 10명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기계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이 하는 농업을 중시하는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느꼈다.
하은코피노복지센터를 가는 길은 너무나 험했다. 이 길을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를 간다고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학생들이 하교하기 전에 도착했기에 교회 단체지만 복지센터이다 보니 복지사님께서 맞이해주셨다. 한국 문화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김밥도 말고, 주먹밥도 조물조물 만들고, 호떡도 만들었는데, 아이들의 작은 손과 우리를 바라보는 맑은 눈에 마음의 위로를 되려 받았다. 그런 그 아이들에게 칫솔, 손 세정제, 생리대는 물가가 높아 생필품 구입비가 만만치 않아서 짐은 덜어주었다 하더라도 농구장 가는 길에 쓰러져있던 큰 나무 두 그루는 아직도 아쉬움을 갖게 한다. 며칠 전 태풍에 쓰러진 나무인데 톱이 없어, 치우지도 못한다는 말씀에 이 상황을 알았더라면 도움을 드릴 뭔가를 가져왔을 것이고 해결해 드렸으리라는 속상함이 생겼다.
뭔가 물품을 주는 것만이 봉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수도꼭지 연결 부위라던가 문고리 수리라던가 사소하지만 문화의 덧댐이 크게 필요했던 거였다. 그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우리의 막연한 기준보다는 그들의 지금 현황을 듣고 우리의 70년대를 비추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위함이 아닌 그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더 큰 보탬이 될 것인지의 장기적 봉사가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이 좋은 것만 익힐 수 있도록, 마음의 상처가 없도록, 그들이 우리와 따뜻한 우정을 나누려 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도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기준이 아닌 그 나라의 정서에 맞게, 우리의 보여주기식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여, 우리가 힐링되어 돌아오는 것이 아닌, 그들과의 교류행사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이 바뀐다 해도 우리의 4-H는 바뀌지 않으니 농업이라는 연결로 의미 있는 봉사시스템을 갖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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