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1 격주간 제657호>
< Cinema & Video > ‘D-WAR’는 용이 될 수 있을까?

D-WAR

1999년 ‘용가리’를 개봉하고, 8년 만에 ‘D-WAR’로 심형래 감독이 돌아왔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액인 300억의 순제작비와 헐리웃 스텝의 참여, 그리고 미국에서 1500극장 확보라는 숱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헐리웃의 블록버스터들이 3000개에서 4000개 사이의 극장을 확보한다고 봤을 때, 헐리웃 자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가 미국 내에서 1500개 극장을 확보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작년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괴물’도 미국 내에서 고작 200개 극장을 확보했다는 것을 비교해 보면 ‘D-WAR’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이무기 전설을 SF에 접목한 ‘D-WAR’는 여의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LA 한 복판에서 의문의 대형 참사가 벌어진다. 유일한 단서는 다이아몬드보다 강한 정체불명의 비늘 조각 뿐이다. CGNN 방송기자인 ‘이든’(제이슨 베어)는 현장을 취재하던 중 이번 사건이 동양의 이무기 전설과 연관돼 있음을 안다. 바로 이든, 자신이 어렸을 때 여의주로 태어난 여자를 지키는 임무를 받았던 것을 떠올리고, 용문신을 가지고 태어난 신비의 여인 ‘사라’(아만다 브룩스)를 찾아 나선다.
그러는 가운데 악한 이무기 ‘부라퀴’ 무리들이 나타나서 먼저 ‘사라’를 차지하려한다. 사악한 무리에게 ‘사라’를 지켜낸 ‘이든’은 ‘사라’를 사랑하게 되고, 착한 이무기의 여의주가 되기 위해 죽어야 하는 ‘사라’를 빼돌려 도망친다. 하지만 ‘부라퀴’ 일당에 잡히고, 결국 악한 이무기의 여의주가 되려고 하는 순간, 착한 이무기가 나타나서 구해주며 끝이 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CG효과를 충분히 보여줬다.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이미지가 곧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하겠구나싶을 정도로 많은 발전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극장에 가서 보는 것은 화려한 영상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보러 같다는 것을 ‘D-WAR’는 간과한 듯싶었다.
‘용’이 나오던 ‘로봇’이 나오던, 영화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극 내부를 이끌어 가는 인물간의 갈등과 화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D-WAR’는 정상으로 오르기엔 아직 여의주를 물지 못한 이무기처럼 부족해 보였다. 영화 속에 이야기는 절대 컴퓨터 그래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예리한 직관과 관찰이 통해서다. 이제 심형래 감독은 ‘이무기’라는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여의주를 찾아야할 때가 왔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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