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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격주간 제9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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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아가미 |
간절히 숨쉬고 싶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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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그려낸 아름다운 잔혹동화이다. 놀라운 흡입력과 밀도 높은 서사, 독특한 상상력과 한층 더 깊어진 주제의식으로 절망적인 현실을 환상적이고 강렬하게 묘사한다.
생계의 위기와 아내의 가출 등 잇따른 불행으로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남자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으로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호수로 몸을 던진다. 남자는 끝내 목숨을 잃지만, 생을 향한 본능적인 의지로 아가미를 갖게 된 아이는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그의 손자 강하에게 발견된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들과 함께 살게 된다.
아가미로 숨을 쉬고 등에 돋은 비늘을 빛내며 조용하고 깊은 호수 속을 유영하는 곤. 그는 인간이자 물고기인 자신을 어디에도 드러낼 수 없기에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것은 곧 그가 세상을 운용하는 법칙이나 관념에 물들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세상 역시 그런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모른다. 인간이면서 물고기인 존재,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곤이 상징하는 이러한 비현실성은 현실 세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세계,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를 가리킨다. 어떤 것으로도 왜곡되지 않고 누구에게도 파괴되지 않는 세계, 태곳적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세계.
모든 생물체는 물고기에서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아가미는 인간이 물을 떠나 땅에 적응하느라 퇴화한 태곳적 기관일 터.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를 읽고 나면 우리는 모두 한때 물고기였다는 것을, 한없이 깊고 넓은 물속을 자유로이 유영하던 그 시절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한때 자신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던, 눈부시게 살아 숨쉬는 존재들이었음을. 그 상처가 결국 우리를 숨 쉬게 하는 아가미가 되어, 바닥 없는 물일지라도, 생을 향한 강렬한 몸부림으로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가는 존재들임을 말한다.
저자인 구병모 작가는 독특한 시도를 거듭하며 청소년문학과 본격문학,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경계 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도발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상상력,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인물들, 집요하리만치 탄탄하고 촘촘한 문장, 따뜻하게 위로를 건네며 치유해주는 서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축을 굳건히 다져왔다. 2008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 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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