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1 격주간 제91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누가 혜택을 나눠주는가

"한 사람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입는다
一人有慶 兆民賴之(일인유경 조민뢰지)"
- 《서경(書經)》 중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수단이나 방법으로라도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말이다. 결과 혹은 성과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성과지상주의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가(儒家)에서는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예상했겠지만 유가에서는 성과에 집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정을 통해서도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다. 성과는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賞)일 뿐이다. 상을 타기 위해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장원급제가 따라올 뿐이다. 진정한 성과는 무엇인가.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장원급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과거시험 공부에 얽매여서 진정한 학문을 배우고 익히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핑계일 뿐이며 진실한 말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부모를 모시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여기저기 다니며 품팔이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어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부모를 열심히 봉양하면서도 틈틈이 학문을 배우고 익혔다. 생활의 고단함에서도 중요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라. 부모를 봉양하기는커녕 부모가 오히려 그들을 뒷바라지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것은 하나도 신경을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그것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고 깨우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의 사람들처럼 농사를 짓지도 않고 공부만 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는 시험 준비에 얽매여서가 아니라 조급한 마음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 학문을 배우고 익히기를 시작할 때 세웠던 뜻, 올바른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다. 요즘 사람들은 말로는 과거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하지 않고, 말로는 성리학 공부를 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하지 않는다. 누군가 이를 지적하면 ‘나는 성리학 공부에 뜻을 두고 있어서 과거시험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나는 과거시험 준비에 매여서 성리학 공부에 힘쓸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변명만 늘어놓으며 하루하루 세월만 보내니 결국은 과거시험 준비도 못하고 진정한 학문의 경지에 오르지도 못하게 된다.”
율곡이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말한 내용이다. 진정한 성과는 장원급제가 아니라 진리를 깨우치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장원급제는 나 자신에게만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진리를 깨우치는 경지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나눠주는 성과도 거두게 된다.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입는다(一人有慶 兆民賴之)”에서 나오는 경사스러운 일은 장원급제가 아니라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회적 리더가 됨을 의미한다.
사사로운 장원급제의 영광에 취해, ‘나’만 혹은 ‘우리’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아니라 소인(小人)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이며 군자(君子)라고 할 수 있다. 혜택을 나눠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주변을 살펴보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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