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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제목을 보고 독자들은 아마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갯마을 귀뚜라미? 귀뚜라미는 숲속이나 주택가 풀숲에 많이 사는데. 바닷가 갯마을에도 귀뚜라미가 있나?’ 이런 의문에 답하자면, 바닷가 갯마을에도 귀뚜라미가 분명 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만날 수 있는데, 바닷가에 적응하며 살아가니 별종 귀뚜라미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시에서는 귀뚜라미가 “비껴간 태풍인데도/드높아진 파도소리.//그 ‘갑질’에 맞서느라/저토록 목이 쉬었다.”고 했다. 시인이 발견한 ‘이래저래 더 고달픈 갯마을 가을 전령사’를 보니, 우리 선조들이 왜 귀뚜라미를 ‘용기 있는 선비’로 비유했는지 알 것 같다. 이 동시조는 가을의 정감을 느끼게 하는 가을밤의 ‘정적인 귀뚜라미’가 아니라, 파도소리 그 ‘갑질’에 맞서 싸우는 ‘역동적인 갯마을 귀뚜라미’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살아 있는 매우 신선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 박경용(1940~ )
· 1958년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
· 동시집 〈어른에겐 어려운 시〉, 시조집 〈적(寂)〉, 시조선집 〈도약〉, 동시조집 〈곰솔 언덕 소라의 방〉 등 다수.
· 세종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한국동시조문학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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