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종 태 (강원도농업기술원장)
왜 치유농업인가?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의 도시생활과 과다한 업무 등 일과 삶에 지친 많은 이들이 농촌을 찾으면서 ‘치유농업’(Agro Healing)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업, 농촌자원(식물·동물·농촌환경·농경문화) 또는 이와 관련한 활동과 산출물을 활용하여 인간의 심리적·인지적·신체적 건강을 도모하는 산업 및 활동’을 ‘치유농업’(Agro Healing) 이라 정의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치유농업’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하지만 유럽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특히 네덜란드는 치유농업이 민간에서 시작돼 국가 차원으로 발전해 2013년 기준 1,100개의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약 2,000개의 사회적 농업 농장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치유농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제도와 입법화를 추진하는 단계다. 현재는 농촌의 일상을 잠시 따라 해보는 농업·농촌 체험관광에 머물고 있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 건강을 보살피거나 재활을 돕는 치유농장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치유농업을 강원도에서 꽃 피우려면!
이제 단순한 농업·농촌체험에서 벗어나 국민 건강과 사회적 치유를 위한 아이템을 도입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농촌마을공동체를 살리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강원도에 최적화된 ‘치유마을’과 ‘치유농장’ 모델을 만들어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 처음부터 치료중심의 전문 영역으로의 사업 확대는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는 예방형 치유농업(관광+힐링)으로 시작해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한 물적·인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기존의 농촌 체험·관광마을이나 교육농장과 같은 6차산업 수익모델 사업장을 적극 활용하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생태자원, 치유식단, 원예·곤충·동물 매개 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치유농업을 선도할 전문경영인도 양성해야 한다. 치유농업의 목적이 ‘돈 되는 농업’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자원의 합리적인 이용은 물론이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영 주체인 경영자의 사업역량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친 소방관도 농촌에서 치유 받는다
동해안 산불 재난도 복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 수습을 위한 격무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이들도 있다. 바로 소방공무원이다. 소방청 관련 자료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생률이 일반직장인이 50.1%인데 비해 소방관은 375.5%로 7배가 넘는다. 자살률 역시 OECD 평균보다 무려 19%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지난해 홍천 열목어마을(2019 선정 농촌치유마을)에서 운영한 ‘소방관 심신건강 농촌치유프로그램’이 조달청 나라장터에 상품으로 등록된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유농업은 농가 소득 제고는 물론이고 농촌이 공익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특히 강원도는 치유농업에 유리한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지역 환경에 맞게 특성화된 치유농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수요 확대를 창출할 서비스와 신상품 개발(경찰·간호사 심신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우선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올해 전문경영인 확보를 위해 농촌치유 아카데미 과정을 5월 9일부터 7월 18일까지 운영한 바 있다. 치유농업의 다양한 모델 개발을 위해서 사업비 10억원을 투입해 마을과 농장 12곳을 육성하고 2022년까지 3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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