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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격주간 제90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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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고교학점제 이해와 실천 과제 |
이 재 덕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
고교학점제
고등학생들이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 중 하나로, 교육부는 오는 2022년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면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추진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러한 대답은 고교학점제의 정의에서 유추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2011년도에 출판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교과별 이수 성취 기준에 도달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함으로써 각 과목별 학점이 누적되어 설정해 놓은 최소 졸업학점에 도달하는 학생에게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정의에서 핵심은 “성취 기준에 도달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고등학교 체제에서는 학생들이 최소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심지어 시험에서 영점을 맞아도 졸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학점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성취 기준에 도달하도록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개념에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라고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이수”에 초점을 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수”에 초점을 두고 이해하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제안한 개념과 같이 “성취 기준에 도달한”다는 의미와 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면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가?” 그야말로 교육체제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수준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혁신의 충격을 완화하고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점제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한다면 다음과 같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첫째, 학교가 정해놓은 과목을 학생이 선택해서 듣던 체제에서 학생이 요청한 과목을 학교가 개설하는 체제로 변하게 된다. 둘째, 교육의 주체가 학교로 한정되던 체제에서 교육의 주체가 학교 밖으로 확대되는 체제로 변하게 된다. 셋째, 영점을 받아도 이수로 인정되고 수업일수 3분의 2만 채우면 진급할 수 있던 체제에서 성취수준 미달 시 재이수 해야 하고, 미달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지도하는 체제로 변화된다. 넷째, 학생을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상대평가가 실시되던 체제에서 학생의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실시되는 체제로 변하게 된다. 다섯째, 수업 일수만 채우면 3년 이내에 졸업하던 체제에서 학적 이수 상황에 따라 3년 이내에 졸업할 수도 있고, 3년을 넘겨 졸업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일부는 이미 실현되고 있고, 일부는 기반조성 기간을 거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정책적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및 이수학점 범위가 개선되어야 한다. 희망하는 학생이 적거나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개설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학교 밖 교육활동이나 온라인 수업을 정규 교육과정 이수로 인정해주는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졸업을 위한 적정 이수학점과 연간 적정 수업시수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필수 이수과목 범위도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개인 맞춤형 수강 신청 및 진로상담이 내실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학생의 과목 선택을 위해 개설 과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고, 학생 개인별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진로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수업과 연계한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기초학력 보장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평가 기준이나 평가 방법이 개선되고, 교사별 과정중심 평가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취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 학생을 미리 찾아내고 이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보충 지도를 실시해야 하며, 과목별 이수 기준 미도달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재평가를 실시하여 학점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대입제도가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소인수 과목이 많이 개설되고, 교사별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석차를 산출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25년 고1학년 입학생부터 성취평가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성취평가제가 실시되면 대입에서 교과 내신 성적의 변별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다섯째, 교원 정책이 유연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추가 개설 과목 규모, 주당 수업 시수, 학생 수 감소 추세 등을 종합하여 교원 수를 증원해야 하며, 시·도 발령 순회교사제를 도입하고, 시·도가교육청이 강사 인력풀을 관리하여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강사료를 현실화 시키고 농산어촌 교원 확보 및 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학교 공간 재구조화 및 학교문화가 변화되어야 한다. 학교 공간 재구조화 측면에서는 교과교실, 진로활동실, 가변형 교실, 홈베이스, 자율학습실 등 소인수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등 학교 공간을 학점제 운영에 맞게 재구조화해야 한다. 학점제 하에서는 학교 내에서 모든 교과를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 밖 학습 공간(지역교육시설, 공동실습소, 기업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학교문화 측면에서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교원의 인식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학부모의 인식 변화도 동반되어야 한다. 수능준비를 위한 학습보다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수강하고, 관련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일곱째, 행정 업무 경감 및 체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와 같이 교육체제의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교원들이 순수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업 업무 외 잡무를 대폭 경감해 주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 체제의 패러다임이 변화는 수준이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변화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다. 국민들이 고교학점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 담당자들은 고교학점제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매우 긴 기간 동안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위의 과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위 기고문은 필자의 동의를 얻어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교육개발 2019 여름호’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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