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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격주간 제90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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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사람들은 왜 이 마을에서 더 행복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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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한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운영하던 저자는 40대에 접어든 몇 년 전,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일상이 무너졌다. 운영하던 회사를 접고 우울증 약의 부작용으로 삶의 즐거움이었던 글 쓰는 일마저 힘들어진 어느 날, 우연히 아이와 함께 서울에서 멀지 않은 변두리 마을을 방문했다가 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울증 약으로도 찾지 못했던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만난다.
더 놀라운 것은 마을에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마을 뭔가 이상해”라고. 저마다 남모를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던 이들이 왜 유독 이 마을 온 후 치유되고,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비밀을 찾고자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1년 여의 시간 동안 40명에 이르는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것은 바로 ‘사람’, 정확히는 사람 간의 ‘관계’다. 이곳의 사람들은 배려가 깊이 몸에 배어있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과 베풂이 자연스럽게 상호호혜의 관계를 형성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마을은 없는 게 많다. 소아과나 치과, 문방구가 없고 다른 동네에서는 너무 많아 심란하다는 프랜차이즈 마트나 빵집도 없다. 이름은 ‘25시 편의점’이지만 밤 열 시면 문을 닫는 편의점이 하나씩 있을 뿐이었다.”
불편할 것 같지만, 이 마을 사람들 나름의 해결책이 있다. 이곳에서는 마트가 아니라 이웃에게 들기름과 꿀을 사고, 주민센터가 아니라 이웃에게 퀼트와 프랑스어를 배운다. 문방구가 없어도 걱정이 없다.
변두리 마을은 삶을 채우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넓은 집이나 좋은 차, 남부럽지 않은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힘들 때 곁을 지켜 주고, 멈춰 서 있을 때 기다려 주며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웃어 주는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도시화된 사회에서 생활의 터전을 일구고 이웃의 경조사에 손을 보태며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 공동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 아주 먼 시골에나 남아있는 옛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어쩌면 새로운 방식으로 마을을 이룬 공동체가 여전히 희망처럼 남아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안이 바로 그 속의 사람들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책장을 펼치고 어쩌면 당신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변두리 마을을 만나보시길, 그리하여 당신 또한 ‘따스한 숯덩이 같은 이웃의 존재를 믿게 되길’ 바란다.
저자는 마을 이웃과 신나게 수다를 풀어놓듯 때론 재치 있게 때론 솔직하게 독자를 웃겼다 울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잠시 변두리 마을에 살다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효경 지음 / 남해의봄날 펴냄 / 1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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