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1 격주간 제904호>
[영농현장] 위기를 통해 진정한 농업인으로 거듭난 슈퍼우먼
김 유 선  회원 (경상남도4-H연합회 여부회장)

22살 어린 나이에  맏며느리로 귀농
긍정·적극 마인드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4-H통해 리더십 배워…귀농귀촌 강의도 진행

자신이 재배하는 농산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김유선 여부회장.


붉은 양파망이 거리마다 켜켜이 쌓여 있는 함양에서 밝은 미소가 끊이지 않는 경상남도4-H연합회 김유선 여부회장(34ㆍ경남 함양군 수동면)을 만났다.
김 여부회장은 현재 가족들과 함께 양파, 딸기, 수도작, 밭작물, 한우 등 복합농을 경영하는 농사꾼이지만, 부산에서 태어나 10대를 마산에서 보낸 ‘도시소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9살 많은 농촌아저씨’ 정태상씨(43)와 백년가약을 맺고 미용사로 일하며 ‘마산새댁’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갔다. 자동차 판매사원으로 우수한 실적을 뽐내던 남편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2009년, 22살의 김 여부회장은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이 계신 함양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됐다.
“농촌으로 들어오자마자 농사를 지은 건 아니에요. 끊임없는 집안일에 매일하는 7번의 상차림, 육아로 눈 코 뜰새 없이 바빴어요. 시부모님과 도련님, 조카와 아이 넷을 키우며 맏며느리의 삶을 배웠답니다.”
그러던 김유선 여부회장이 직접 농업에 뛰어들게 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2014년에 있었던 양파가격 폭락이다. 당시 양파값이 20kg 한 망에 5,000원도 되지 않아 작은 양파들은 수매하지도 못하고 길바닥 버려지기 일쑤였다. 남편이 정성스럽게 키운 양파가 버려지는 것이 마음 아파 600망이 넘는 양파를 트럭에 싣고 마산, 창원, 고성, 진해로 소비자를 찾아다니며 직접 양파를 팔러다녔던 김 여부회장. “그렇게 발품을 팔아 손에 쥔 돈은 고작 240만원이었어요. 기름값에 시어머님께 조금 드리고 나니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죠. 이 때 농업의 현실을 처음 느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즈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성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다. 팔다 남은 양파를 건강원에 보내 양파즙을 만들어 판매를 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고, 양파 판매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김 여부회장은, 2016년 현재 양파농사를 짓는 밭 옆에 ‘딸기엄마 양파아빠’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가공공장을 세웠다. 직접 키운 양질의 양파와 여주를 건강원을 거치지 않고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게 되면서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아닌 김 여부회장 본인이 직접 가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약 1만 6,500㎡의 밭에서 거둬들이는 양파의 35%는 농협에 수매하고, 나머지 65%는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등 SNS를 이용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저는 정성들여 키운 양파를 경매로 제가 모르는 분들에게 보내는 것보단 제가 사랑하고, 저의 노력을 알아주시는 분들께 맛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김 여부회장은 양파 농사 및 가공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 자신의 양파가 언제 어떻게 재배, 생산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특히 4명의 자녀들이 밭에서 즐겁게 농사일을 거드는 사진은 소비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아이들이 맨발로 뛰노는 밭에서 재배한 깨끗하고 안전한 양파’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소비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여주양파즙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와 자색양파를 이용한 ‘자색양파잼’등 가공품의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농협이나 공판장을 통해 판매하는 양파의 매출과 가공품 직거래를 통한 매출이 각각 1억 2,000만원이라고 하니 함양을 대표하는 양파농가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김유선 여부회장이 농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은 바로 4-H활동이었다. “농업의 ‘농’자도 몰랐기에 실수도 많이 하고 어려움도 겪었는데, 4-H는 저를 농부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줬어요.”
농업에 대해 배우고 싶어 여러 교육을 이수하던 중 남편의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여 4-H를 알게 됐다는 김유선 여부회장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4-H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 여부회장은 “비슷한 또래의 청년4-H회원들을 만나 새로운 작물이나 기술,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농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만약 4-H회원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농업의 가치를 깨우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라고 말한 뒤 “특히 4-H교육을 통해 회의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고, 타인 앞에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귀농ㆍ귀촌인들에게 강의도 하고, 지역 학부모 모임도 이끌어가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제 삶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에요”라며 4-H에 대한 고마움을 밝혔다.
귀농ㆍ귀촌인들에게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공유하고, 동네 어르신들이 자신의 밭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 도우며 함께 하는 농촌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유선 여부회장.
“더욱 많은 나눔과 노력을 통해 농업ㆍ농촌의 가치를 키우고 알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욕심은 버리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농업인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히는 김유선 여부회장을 통해 농업과 농촌 그리고 4-H의 소중한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것을 기대한다.
 오상록 기자 evergreenoh@hanmail.net

김유선 여부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 정태상씨와 경남4-H본부 하삼순 사무처장, 박경아 총무부장(오른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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