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1 격주간 제904호>
[기고문] 농업부문의 새로운 외국인근로자 제도, 계절근로자제도

“계절근로자제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계절성을 띠는 농업부문의 근로조건에 부합하게 설계된
외국인 근로자 공급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엄 진 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세시풍속사전」에는 ‘가을 메(杵)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 라는 속담이 나온다. 이러한 표현이 풍속사전에 수록된 것을 미루어 짐작하면 농번기철 일손 부족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문제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물론 일손부족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보다 덜 심각하게 느껴진 이유는 일손을 내어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로 사람들이 떠남에 따라 일손이 바쁠 때 도와줄 사람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노임을 주고 고용할 사람들도 충분하지 않다.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자체가 감소하기도 했지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근로조건이 낫기 때문에, 타 부문으로 일자리를 찾아 빠져나간다. 따라서 농번기 일손 부족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정부는 부족한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농업부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정책이다. 현재 농업부문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제도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고용허가제는 농업부문에 한정한 제도는 아니며, 제조업, 서비스업부문까지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를 정부가 매년 정하고,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각 부분에 도입하는 제도이다. 상용직 고용형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일부 허용된 품목(작물재배업, 축산업, 농업관련서비스업)과 일정규모 이상 되는 농가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는 근로자를 연중 고용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중·대형 규모를 갖춘 상업 농가가 많이 활용한다. 고용허가제 덕분에 일부 농가의 일손부족 문제는 덜었지만, 허용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농번기에 일시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농가의 인력 부족 문제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이러한 농번기 임시근로자 부족 문제 대응으로 2015년 괴산군에서 ‘계절근로자제’가 처음 시행되었다. 계절근로자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 최소 75일 이상 최대 90일 이하 기간 동안 일하고 출국하는 제도이다. 법무부가 주무부처이고, 실제적인 행정 운영과 관리는 계절근로자제를 신청한 지자체가 맡고 있다. 2018년 9월 35개 지자체로 확대되었는데, 참여 지자체 수가 증가한 만큼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5년 19명에서 2018년 9월에는 2,173명으로 급증하였다.
계절근로자제는 본 사업으로 확대된 시점이 2017년임을 고려하면, 단시간에 급속도로 확대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농업의 일손부족 문제, 특히 농번기철에 필요한 인력 규모를 현재의 인력 체계 내에서 적절히 공급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특히 계절근로자제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많은 수의 농가는 숙박과 식비를 모두 부담하고, 최소 숙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수의 농가가 이를 신청한다는 것은 일손부족 문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계절근로자제는 임시근로자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계절성을 띠고 있는 농업부문의 근로조건에 부합하게 설계된 외국인 근로자 공급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기간 설정의 문제이다. 현재의 지침에는 최대 3개월(90일)까지만 고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품목의 경우는, 파종 또는 수확의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수확기에는 작업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을 때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 농가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작목에 따라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둘째, 지자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다. 계절근로자제는 현재 외국인력 도입규모 등을 포함한 사업의 전체적인 큰 틀은 5개 부처에서 결정하지만, 외국인력 도입과 선발, 입·출국, 농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상황의 중재 등을 담당자가 해결해야 한다. 현재 내부지침으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담당자를 필수적으로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업무만을 전담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책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간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와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한 당일에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 간의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간단한 교육만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서로 간의 이해나 근로에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계절근로자제는 계절성을 띠고, 일시에 인력이 필요한 농업부문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계절근로자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농가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발견되고 있는 한계들을 간과할 것이 아니라, 제도 초기부터 검토하고, 이에 대한 분석과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 농업부문의 부족한 인력문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제도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고문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행 농경나눔터 6월호에 실린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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