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5 격주간 제656호>
<이규섭의 생태기행> ‘자연이 빚은 걸작’ 인간이 훼손

백령도의 천연기념물은 잔점박이물범 서식지(천연기념물 331호)와 감람암 포획 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을 비롯하여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과 사곶해안(천연기념물 제391호)이다.

백령도 콩돌과 사곶해안

<사곶해안은 모래보다 입자가 고운 규조토 해변이다. 썰물로 해변이 드러나면 자동차도로로 이용할 만큼 단단하다.>
백령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라 할 정도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고 자연경관도 빼어나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頭武津)의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은 대자연이 빚은 걸작품이다. 바다에 뿌리내린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은 멀리서 보면 마치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형상의 비경이다.
백령도의 천연기념물은 잔점박이물범 서식지(천연기념물 331호)와 감람암 포획 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을 비롯하여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과 사곶해안(천연기념물 제391호)이다.
콩돌해안은 백령도 남포리의 오금포 남쪽 해안을 따라 작고 동글동글한 자갈이 800여m의 해안을 뒤덮어 발바닥을 간지럽게 한다. 앙증맞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콩돌은 지름이 0.5~2㎝ 정도의 콩알처럼 작은 자갈이다. 까만 돌, 하얀 돌, 파란 돌, 갈색 돌 등 형형색색의 자갈들은 매끄럽고 윤기가 감돌아 아름답다. 파도에 휩쓸리며 ‘자르륵 자르륵’ 음악을 연주하여 귀 또한 즐겁다.
백령도의 모암인 규암이 오랜 세월의 풍상에 부서지고 파도에 갈고 닦여 작은 콩돌이 만들어졌으니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사람들은 자연이 빚은 풍광을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 줄 생각보다 탐욕의 손길로 훼손하기 일쑤다. 콩돌이 악성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고, 어항 속에 장식용으로 넣기 위해 육지 사람들이 야금야금 가져가기 시작했다. 옹진군은 1997년부터 콩돌의 무단반출을 불법으로 정해놓고 단속하고 있다.
<콩알처럼 작은 돌들이 해변에 깔려있는 콩돌해안. (옹진군청 제공)>
사곶해안은 백령도 선착장 부근 진촌리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육안으로 보면 모래 뻘이지만 포장도로만큼이나 바닥이 단단하다. 작은 조개 껍데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형성된 규조토 해안이다. 모래보다 입자가 고운 규조토 해변이 썰물로 드러나면 주민들은 자동차도로로 이용한다. 해안의 길이는 2.5㎞에 폭 200m로 해변의 활주로다.
실제로 6.25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은 사곶해안의 특성을 알고 유엔군 전초 비행기지로 활용해 천연비행장이라고 부른다. 그 후 해병대 보급물자를 운반하는 공군수송기 이착륙장으로 활용되었고,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개방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콘크리트’소리를 듣던 사곶해변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물러져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사곶해변의 변화를 주민들은 간척지 공사와 백령호 조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1년부터 9년 동안 계속된 사곶~남포리 간척사업은 350㏊의 농경지와 129㏊의 백령호를 만들어냈다. 섬의 모양을 ㄷ자에서 ㅁ자로 바꾸고, 백령도의 크기를 국내 14번째에서 9번째로 올려놨다. 그러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담수호인 백령호는 짠물이 유입돼 제 구실을 못하는 실정이다.
그뿐 아니라 사곶 앞 바다 해수의 흐름이 바뀌었다. 점토질 퇴적물이 예전처럼 먼바다로 쓸려 나가지 못하고 해안으로 유입돼 사곶 모래에 엉켜 붙어 해안이 물러졌다. 일정한 수압에 의해 유지되던 모래바닥의 강도를 약화시켜 규조토를 물렁물렁하게 만들어 버렸다. 밀물 때 바닷물이 골고루 스며들지 않아 푸석푸석해진 것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결국 환경의 파괴가 자연의 원형을 훼손시키는 변화를 자초한 것이다.
사곶해안은 모래보다 입자가 고운 규조토 해변이다. 썰물로 해변이 드러나면 자동차도로로 이용할 만큼 단단하다.
 〈이규섭 / 칼럼리스트〉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사이좋은 학교 만들기’ 캠페인
다음기사   새로운 60년 준비하는 4-H한마당 축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