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격주간 제897호>
[이달의착한나들이] 어느 운전기사의 행복 비결
3.1절 백주년 행사장에서 아이가 만세를 부르고 있다.
3.1절 행사를 보러 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오십대로 보이는 택시 기사가 물었다. “혹시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뜬금없는 질문에 “요즘도 그런 사람도 있나요?”라고 농담을 했더니, 그는 대뜸 자기 아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도록 돈을 벌어 아내에게 바친다고. “집사람이 좋아하는 건 다해주고 싶어요. 요즘엔 저녁도 내가 찾아먹어요. 그 시간에 편히 놀다 오라고요. 지금도 아내는 딸이랑 골프장에 있어요.” 지구상에 이런 남자가 존재하다니! 내 결혼의 역사를 볼 때 그는 허풍쟁이 아니면 외계인이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아내의 전화였다. 오픈 된 전화 속에선 골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탈무드 경전이 떠오를 만큼 그들의 대화는 달달했다. 전화를 끊기 전 남자가 말했다. “저녁 걱정은 말고 실내골프 한 번 때리고 오시지.” 그는 허풍쟁이가 아니었다. “아내를 정말 사랑하나 봐요.”라고 했더니 “소중한 걸 아니까요.”라고 했다. “아내가 어떻게 하는데 그리 소중한가요?” “그건 내가 만드는 거지요.” 나는 놀랐다. 소중한 것도 만드는 거라니! 그의 범상치 않은 대답에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사실 그도 이혼하려고 두 번이나 법원에 갔었다고 한다. 늘 이기려고만 하는 아내와 18년 동안 싸우다가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바꿔 보려고 결심했단다. 하늘이 무너져도 아내에게 져주기로! 그리고 아내에게 요구한 건 딱 한 가지. “이제 내가 다 져줄 테니 당신은 날 보고 웃어주기만 해.” 그때부터 싫다는 담배를 끊고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돈을 벌어다 주었단다. 그의 목표는 오직 아내를 웃게 하는 것. “내가 뼈가 부서져도 당신이 원하는 건 다해 줄 거야. 미안해!” 막상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보니 자기 마음이 더 좋더란다. 하루하루 밝아지는 아내를 보며 예전과는 달리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지더란다. 요즘은 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 소리치면 아내는 “니가 오너라”라며 깔깔거린다고. 그는 이제 아내 손을 잡으면 설렌단다. 18년의 지옥생활이 끝나고 7년째 천국이라는 그들.
그는 승객들에게 행복을 전도한다고 한다. “세상엔 행복의 비결이 있는데 첫째는 아내를 웃게 만드는 것, 둘째는 아내를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백만장자라 해도 아내가 찡그리고 있으면 실패한 인생입니다. 사실 아내가 웃으면 내가 더 이득이지요. 아내가 웃어주면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니까요. 그래서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그가 지금까지 전도한 사람은 만 명도 넘는다고.
그는 죽음까지 준비한 사람이었다. 그는 딸에게 말한다고 한다. “나는 직업상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면 엄마 모시고 잘 살아야 한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주는 아낌없는 사랑의 기억으로 남은 가족들이 잘 살아갈 거라고.
3.1절 백주년 행사장은 감동의 물결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유관순은 말했다.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그 사랑으로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 세상엔 먼저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있다.
 김금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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