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임 옥 지도자 (경남 통영시4-H본부)
16살 때부터 야학 활동
공책·연필 사비로 구매
9년간 3,400시간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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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표창을 들고 서 있는 진임옥 지도자(왼쪽)와 진성호 전 경남4-H본부 부회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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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봉사라는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4-H가 그 씨앗이 되어 줬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배려,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해준 4-H를 만난 것은 제 삶의 최고의 행운 중 하나입니다.”
4-H활동을 시작한 1960년부터 지금까지 잔잔한 파도처럼 은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며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는 진임옥 지도자(74ㆍ경남 통영시 산양읍)를 푸르름을 머금은 통영 앞바다에서 만났다.
마을에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4-H활동에 참여하게 된 진임옥 지도자는 보리밟기, 고구마ㆍ콩 심기, 마을 주변 정화활동 등을 하며 4-H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농번기가 되면 남자 회원들은 일손이 부족한 곳에 가서 농사일을 돕는 사이 진 지도자와 여회원들은 새참과 밥을 지어 나르기도 했으며, 농사일로 바쁜 부모들을 대신해 20~30일 간 매일 아이들을 모아 탁아소를 운영하며 음식을 나눠주며 돌봐주기도 했다고.
통영군4-H연합회장, 경상남도4-H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진 지도자는 4-H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의 기쁨과 보람에 눈 뜨기 시작했다. 한센병(나병)에 걸린 부모를 둔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운영되던 죽림고아원에 4-H회원들과 함께 돈을 모아 공책과 연필을 구매해 나눠줬던 것을 계기로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해 밥을 짓고 약을 먹이며 한글도 가르치는 등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기부하고 활동했다. “봉사라는 것이 원래 쉬운 것이 없어요. 하지만 봉사를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진 지도자의 봉사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재건중학교 활동이다. 재건중학교는 마을에서 소외된 가정의 아가씨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 부녀자 40명을 진 지도자의 집에 공간을 마련해 함께 먹고 자며 공부를 가르쳤던 야간학교 활동이다. 16살 때부터 27살 결혼하기 전까지 매일 부녀자들을 모아 뜨개질과 양재(옷 만들기), 한글공부를 시켰으며, 공책과 연필 등 공부에 필요한 물건들은 진 지도자의 부모님과 진 지도자의 사비로 구매해 나눠줬다. 또한 재건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가옥개량, 도로확장, 미화작업 등 마을의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칠판도 없이 교육을 운영하던 차에 진 지도자의 활동에 감명을 받은 통영군수와 통영군농촌지도소장, 보건소장이 재건중학교를 방문해 칠판과 재봉틀을 기증했으며, 진 지도자의 공로를 인정하여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진 지도자의 활동은 지역발전의 귀감으로 일간신문에 소개되었다.
결혼 후 거처를 부산으로 옮겼던 진 지도자는 2010년 다시 고향인 통영시 산양읍으로 돌아와 산양읍자원봉사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봉사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사명감을 가지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놀이심리상담 봉사 및 의료봉사, 목욕미용 봉사, 치매환자 돌봄 봉사에 힘쓰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저소득 가정 집수리 봉사, 해안가 환경정화활동 및 마을 정비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 지도자의 봉사활동은 1365자원봉사포털에 등록된 것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3,400시간이 넘는다.
지역사회개발 및 복지향상에 진 지도자의 봉사활동이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제3회 대한민국 농촌재능나눔대상’에서 개인부문 최우수상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하는 봉사는 마음을 다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4-H가 저에게 마음을 다하는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자기 자신의 유익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4-H와 봉사를 통한 나눔이 필요한 이유를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진임옥 지도자를 통해 진실한 4-H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세상을 따스함으로 채워나가는 제2, 제3의 진임옥 지도자가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오상록 기자 evergreen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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